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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한국 대신 인도와 손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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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과 일본이 군사 분야에서 인도와 본격적으로 손을 잡는다. 5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다음달 초 미.일과 함께 일본 근처 태평양에서 첫 3국 공동 해상훈련을 한다. 훈련기간은 1주일로 알려졌다.

인도 해군은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싱가포르 해군과 매년 공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으며, 2003년에는 중국과도 공동 해상훈련을 했다. 내년 5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과 세 나라 공동 원양훈련이 예정돼 있을 정도로 해외 군사교류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미.일과 함께 중국을 염두에 둔 군사훈련을 동아시아 해상에서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인도 해군은 레바논.소말리아 등에 해외 파병한 경험이 풍부한 데다 중국도 없는 항공모함 1척까지 보유할 정도로 전력이 위협적이다.

◆중국 견제 위해 인도 끌어들여=끈끈한 동맹관계를 과시해온 미.일 양국이 인도를 동아시아 해역으로 부른 것은 이 지역에서 날로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인도도 국경을 맞댄 중국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상호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미.일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데 한국이 아닌 남아시아 국가인 인도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는 점이다. 인도가 중국과 화해를 추구하면서도 국경문제 등 산적한 문제로 아직 선뜻 손을 잡지 못하고 있는 틈새를 미.일이 파고든 것이다. 미.일에 인도는 새로운 동맹이라기보다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적 균형추'인 셈이다. 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일 동맹이 새로운 파트너로 인도를 선택함으로써 한국의 입지는 더욱 애매해졌다.

◆오랫동안 인도에 공들인 결과=3국 공동 군사훈련은 미 국방부의 요청에 일본과 인도가 동의함으로써 이뤄지는 형식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인도를 중국 견제 카드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동안 상당한 공을 들였다. 미국은 인도를 붙잡기 위해 '핵 협력 협정'이라는 큰 선물을 안겼다. 지난해 3월 인도를 방문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핵개발을 한 나라에 넘길 수 없게 된 핵 기술을 인도에 이전해 주기로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나흘간 도쿄를 국빈 방문했을 때 전략적 협력이라는 성과를 얻기 위해 '경제 협력'을 선물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인도에 정보기술(IT) 분야 등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축으로 한 경제연대협정(EPA)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베 총리는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4개국 전략대화'도 추진 중이다.

◆동아시아에 진출하는 인도 해군=인도의 동아시아 진출은 중국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도 군함은 2만8000t급 항공모함 비라트호, 2003~2004년 취역한 3척의 4000t 규모 탈와르급 미사일 호위함, 그리고 1997~2001년 취역한 3척의 6500t 규모 델리급 구축함 등 위협적인 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비라트호는 6대의 헤리어 수직이착륙 전투기 등 28대의 비행기.헬기를 탑재하며, 탈와르급 호위함은 사거리 300km짜리 대함미사일과 290km짜리 브라모스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적재할 수 있어 중국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세 나라(3국) 공동작전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도통신은 미.일 소식통을 인용, 지진이나 지진해일 등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을 상정한 것으로 해상보안 작전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라고 전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호송선과 호송 헬기를 훈련에 파견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에 맞추려면 인도도 헬기를 운영할 수 있는 최신 군함을 보낼 공산이 크다.

이번 훈련은 경제성장에 따른 풍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양해군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인도의 해군력이 동아시아로 영역을 넓히는 계기도 될 전망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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