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뿌리 찾아보니 중국 아닌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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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달까지도 화색이 돌던 서울 여의도 증권가 분위기가 최근 며칠새 180도 바뀌어 버렸다. 요즘 해외에서 날아드는 소식들은 온통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 뿐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이번 조정의 근본 원인이 뭔지를 찾고 있다. '불안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짚어내야 향후 투자 전략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이번에도 조정의 주된 원인을 미국 쪽에서 찾고 있다.

◆미국 경제불안이 주로 사고쳤다 = 글로벌 증시가 저금리 기조를 타고 2003년 4월 이후부터 올해 2월까지 꾸준히 올랐지만 '숨고르기'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코스피 지수가 단 열흘새 9% 빠졌던 2003년 9월을 비롯해 최근까지 크게 보면 8차례 정도 국내와 해외 증시가 동시에 조정받았다. 그때마다 글로벌 증시를 흔든 주범은 대부분 미국 경제 불안설이었다. 특히 지난해 5월엔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 국면) 우려가 불거지면서 20여일새 코스피 주가가 18%나 빠지는 등 전세계 증시가 미국발 충격에 휘청거렸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미국이 9.11테러 이후 1%까지 낮췄던 정책 금리를 계속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매번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가 불거지면서 세계 증시가 몸살을 앓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악재 외에 다른 변수가 급락의 빌미가 됐던 경우는 기껏 두번 정도다. 2004년 4월부터 3개월간 코스피 지수가 22%나 급락했던 이른바 1차 '차이나 쇼크'가 그중 하나다. 또 열흘새 주가가 6% 가까이 급락한 2005년 8월의 조정때엔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전세계 증시가 출렁거렸다.

◆이번 역시 미국 경제가 변수? =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이번 역시 글로벌 증시 조정의 폭과 강도가 얼마나 될지는 미국 변수를 지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인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않은 모양새여서 글로벌 증시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것. 실제로 미국 경제는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불안하고 주택시장 지표도 나빠지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반면 그는 "중국 경제와 증시에 대해 이런저런 걱정이 불거지고 있지만 그런 우려가 전혀 새로운 것도, 구체적인 실체를 가진 것도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도 "'차이나 쇼크'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증시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은 최근 9개월간 쉼없이 올라 부담이 커진 상태다. 여기에 16분기 연속 두자리수대 상승을 하던 미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한자리수대로 급락할 것이란 우려가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위원은 그래서 "당분간 글로벌 증시 조정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급락 원인이 미국인지 중국인지 상관없이 국내 증시가 독자적인 힘으로 조정에서 헤쳐나오기는 버거운 상황이라는 분석에서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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