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안 나타나 더욱 위험한 어르신 당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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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보고, 많이 먹는 당뇨환자의 '3다(多)증상'이 노인들에겐 잘 안 나타난다. 항상 저혈당 위험이 있는 노인들은 주기적으로 공복 전후의 혈당을 점검해야 한다.

'당뇨병 쓰나미'가 노인들을 덮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당뇨병 발생률이 높아지게 마련. 하지만 최근 조사는 일반적인 발생률을 훨씬 뛰어넘어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 시대, 어르신의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당뇨병의 문제점과 예방.관리를 알아본다.

◆노인의 80%가 당뇨=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팀은 2005년 8월부터 1년간 성남.분당 거주 65세 이상 노인 1000명(남자 441명, 여자는 559명)을 대상으로 경구 당부하 검사를 했다. 그 결과 324명(32.4%)이 당뇨병 환자였으며, 이 중 절반(165명)은 자신의 발병 사실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머지 448명(44.8%)은 당뇨병 직전 상태인 공복 혈당 장애나 내당능 장애로 밝혀졌다. 정상인은 228명(22.8%)에 불과했다.

현재 당뇨병으로 인한 국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6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일본의 6배, 영국의 4.5배, 독일의 2.1배로 회원국 평균의 2.5배) 급속한 노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노인 인구가 380만 명으로 증가하는 2015년엔 120여만 명의 노인 당뇨병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 발견 어려워=노인 당뇨병의 특징은 무증상이 많다는 점.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는 "당뇨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3다(三多) 증상(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보고, 많이 먹음)이 안 나타나 병원을 늦게 찾는다"고 밝힌다. 노인의 15%에서 무증상 당뇨라는 통계도 있다. 또 몸에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도 '늙은 탓이려니…'하고 지나쳐 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노인 당뇨병이 심각한 이유는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의 절반은 이미 합병증이 동반돼 있다는 점. 청.장년기나 중년기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동반율이 20%임을 감안하면 2.5배나 높다.

내당능 장애에서 당뇨병으로 진행하는 비율도 높다. 내당능 장애가 있는 70세 이상 노인은 1년 뒤 2%에서 당뇨병이 생기지만 없는 노인은 0.04%만 당뇨병이 나타난다.

◆삶의 질이 중요=청장년 당뇨 환자에겐 적극적인 혈당 관리를 권하는 것이 원칙. 각종 장기에 나타나는 합병증 발병 시기를 가능한 한 늦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노인 당뇨병은 오랜 시간이 지나 발생하는 합병증 방지보다 저혈당의 예방, 급성 혼수 방지, 삶의 질 개선에 역점을 둬야 한다.

일반적으로 젊은 시절부터 당뇨병이 있거나 활동적인 노인에겐 혈당 110~140㎎/㎗, 당화혈색소는 6.5% 이하를 유지토록 권한다. 하지만 비활동적인 70.80대 노인에겐 이 수치가 무리일 수 있다. 저혈당의 위험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

따라서 노인 당뇨병에선 혈당 기준을 공복 115, 식후 2시간 뒤 180을 권고한다. 이때 콩팥이나 망막에 합병증이 동반됐다면 공복은 140, 식후 200 ~220 미만으로 조절한다.

노인들은 콩팥의 당역치가 올라가 혈당이 200을 넘어야 소변에서 당이 나온다. 따라서 혈당이 이 수치보다 낮으면 당 소실이 없어 당뇨에 의한 증상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매년 혈당 검사는 기본=노인 당뇨병 대책의 첫걸음은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예방이다. 이를 위해선 65세 이후부턴 증상이 없어도 해마다 혈당검사를 받을 것.

문제는 노인은 이 검사만으론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 공복 혈당검사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보통 성인은 50%인데 반해 노인은 30%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뇨병 고위험 요인<그래픽 참조>이 하나라도 있다면 당 부하 검사를 함께 받는다. 만일 고위험 요인이 없더라도 공복 혈당장애(100~125㎎/㎗)로 밝혀지면 당 부하검사가 필요하다.

노인은 당분 섭취로 급속한 인슐린 분비가 요구될 때 즉시 적절한 분비를 못 하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공복 혈당검사에서 정상 수치를 보여 당뇨병 진단을 놓친 노인도 당 부하검사를 통해 100% 확진이 가능하다"고 들려준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공복 혈당 장애(IFG:impaired fasting glucose)=12시간 공복 후 검사한 혈당 수치가 정상(100㎎/㎗ 미만)과 당뇨병(126㎎/㎗이상) 사이일 때 즉 100~125㎎/㎗일 때다.

◆내당능 장애(IGT:impaired glucose tolerance)=12시간 공복 후 당분을 투여, 2시간 지난 뒤 검사한 혈당 수치가 정상(140㎎/㎗ 미만)과 당뇨병(200㎎/㎗이상) 사이일 때 즉 140~199㎎/㎗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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