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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3] 1. 클래식·국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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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해 음악계의 화두는 '운동장 오페라'였다.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투란도트'(상암 월드컵 경기장)로 시작해 파르마 왕립오페라극장의 '아이다'(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오는 1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막하는 오페라 '라보엠' 등 스타디움 오페라 붐이 일었다.

하지만 운동장 오페라는 어디까지나 장외(場外) 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성 특별 무대다. 이상 열기임이 분명하지만 실내 무대인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되는 오페라들이 부진을 면치 못한 책임도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 작품은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뿐이다.

지난 6월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 기획한 '레츠 오페라' 시리즈는 무대 설비나 음향 면에서 미흡한 한전아츠풀센터에서 공연됐다.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라 트라비아타''리골레토'는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의 무대 세트와 의상.연출가를 공수해온 것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예산 부족에다 전속 오케스트라.전용극장도 없어 연간 1~2회 제작에 만족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반해 일부 민간 오페라단들은 막대한 국고 지원을 받아 별 소득 없는 해외 공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0월 우크라이나에서 '카르멘'을 공연한 베세토오페라단, 11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창작 오페라 '이순신'을 상연한 성곡오페라단, 10월 모스크바에서 '리골레토' 갈라 콘서트를 연 한국오페라단 등이그렇다. 특히 '이순신'은 1998년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의 초연 이래 여러 차례 외국 출신 대본작가와 작곡가를 바꿔가며 해외공연을 해오고 있다.

지난 8월 소프라노 박은주.김혜진, 테너 이정원, 바리톤 한명원, 베이스 새뮤얼 윤 등 유럽 오페라극장에서 활약 중인 신예 성악가들이 서울 예술의전당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펼친 오페라 갈라 콘서트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기회였다. 하루 빨리 국립오페라단이 정상화돼 이들 우수 인력이 국내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 3월 재개관을 앞두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리모델링도 빼놓을 수 없다. 예산 부족으로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음향 보정(補正)장치를 사용하고 벽면과 바닥, 음향반사판 교체 등에 그쳤지만 어쨌든 지방 문예회관에서도 개.보수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내년 중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2005년 상반기에 개.보수를 위해 휴관에 돌입한다.

올해 개관한 공연장 중에는 전용홀로 설계된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세라믹 팔레스홀이 호평을 받았다.

지난 8월 판소리 다섯바탕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받아 전바탕 공연을 마친 데 이어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구전 및 무형문화 유산 걸작'으로 선정돼 국악계에 경사가 겹쳤다. 올해 사라진 별은 판소리 명창 박동진.정광수 옹.

클래식 음반업계의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전곡 음반(데카)과 소프라노 홍혜경이 김덕기 지휘의 파리 앙상블과 녹음한 한국가곡집(EMI)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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