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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DSS 요원, 김계관 밀착 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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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체구가 건장한 경호원이 3일(현지시간) 뉴욕 밀레니엄 호텔을 나서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양쪽에서 경호하고 있다. 이런 경호는 미 국무부의 특별 배려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은 5~6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관계정상화 논의를 시작한다. [뉴욕 AP=연합뉴스]

2일 밤(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항공기 한 대가 도착했다. 비행기는 계류장에 들어오기 전 잠시 멈춰섰다. 그러고 누군가를 내려줬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일행이었다. 요인 출구로 몰래 빠져나온 그는 미 국무부가 준비해 놓은 캐딜락 리무진에 올랐다. 경호 차량 여러 대가 그 뒤를 따랐다. 국무부 소속 외교경호실(DSS) 요원들이었다.

<관계기사 6면>

김 부상 일행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서 가까운 밀레니엄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앞에는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아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미소를 띠고 여유 있게 손을 흔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한국전 이후 50여 년 만에 적대국 관계를 청산하게 될지도 모를 중대한 북.미 관계정상화 논의를 위해 뉴욕에 온 김 부상을 미국은 극진하게 대접했다.

전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그랬다. 공항 출구로 나온 북한 대표단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DSS 요원들이 이미 다른 통로로 내보낸 뒤였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이 오토바이를 동원해 김 부상 차량을 따라붙자 샌프란시스코 경찰이 나서 고속도로를 일시 차단하기도 했다.

뉴욕행 기내 경호도 삼엄했다. 같은 비행기에 탔던 한 일본 기자가 "프로답게 처신해 달라"는 경호원의 경고를 무시하고 김 부상에게 접근했다. 이로 인해 그 기자는 경호원에 의해 비행기 뒷자리로 끌려가 20분간 조사를 받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그에게 1급 경호는 물론 취재진의 질문 공세까지 차단해줄 정도로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김 부상을 확실한 협상 파트너로 인정해 주는 동시에 북한의 호감을 사기 위한 제스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10월 북한의 2인자로 알려진 조명록 차수가 워싱턴을 방문한 후 미국에 온 최고위급 북한 인사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김 부상에 대한 예우와 경호가 당시 조 차수 수준에 버금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경호는 그가 혹시라도 북한 혐오자에게 봉변이라도 당하면 5~6일로 예정된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 협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은 3일 뉴욕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에는 호텔로 찾아온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와 만났다. 그 뒤 그는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인사들과 맨해튼 중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양국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저녁엔 숙소에서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남측 인사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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