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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나라에 현대 경찰이 창설된 것은 45년 미군정하부였다. 경무국으로 출발,46년 부로까지 승격했다가 48년 내무부 치안국으로 축소되고 말았다. 이유는 경찰의 횡포가 심하다는 국회의 비난 때문이었다. 제헌국회는 경무부라는 경찰기구를 축소시켜 치안국으로 격하시키도록 결의했다.
3공화국 시절인 74년 8월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 발생하자 경찰활동의 강화 필요성이 대두돼 치안국이 치안본부로 확대,승격됐다. 지난 8월에는 경찰청으로 승격하는 기구의 독립과 확대가 이루어졌다.
21일은 제46회 「경찰의 날」이다. 이제 장년의 나이가 됐다. 지난날의 많은 풍상과 파란도 이제는 원숙의 밑거름이 될만하다. 현재 경찰의 총인력은 13만3천명.
대우도 최근 2,3년동안에 많이 좋아졌다. 순경 초임이 22만3천5백원(수당 제외)이고 각종 수당을 합치면 40만원대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도 고질적인 격무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선진외국의 경우 일선경찰의 근무는 3부제로 8시간 근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경찰은 2부제 12시간 근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일선경찰서 간부들의 경우 주3일은 집에 들어가라는 근무지침을 하달받고는 있지만 거의 귀가못하고 한달에 한두번정도 집에 들어가 자고 나오는게 현실이다.
경찰 한사람이 실제로 담당하는 인원도 선진외국에 비해 훨씬 많다. 미국 3백97명,영국 3백84명,독일 3백11명,프랑스 2백68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백35명이나 된다. 장비도 특히 최신장비는 거의 황무지상태다. 차량범죄 수사에 절대 필요한 「차량번호 자동판독기」가 현재 한대도 없고 내년도 예산에 10대 구입을 요구했지만 겨우 2대 구입예산을 가까스로 얻었다.
오늘의 우리 경찰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수인력 확보난에서 오는 자질의 저하다. 고시무출신을 해마다 10명씩 받고는 있지만 10여가지의 특채제도·인맥의 텃세 등으로 엘리트화가 안되고 있다. 67년 창설된 전·의경의 문제도 그 개선책으로 교통·방범단속 등의 민생치안에 투입하고 있지만 대국민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는 마음놓고 살 수 있는 민생치안이 확립돼야겠다.<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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