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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궁에서 3.5평 감방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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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10월 19일 당시 민주당 박계동의원이 은행차명계좌를 흔들며 노태우 전대통령이 4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은닉했다고 폭로했다.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박의원의 폭로는 그러나 서막에 불과했다.

검찰이 盧전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등 기업인 40여명을 조사, 모두 4100여억원의 비자금을 모은 사실을 확인했다. 11월 16일 盧씨가 뇌물수수죄로 구속됐다. 盧씨의 비자금 사용처와 관련, 야권에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를 물고 늘어지자 金대통령은 11월 25일 5·18특별법 제정방침을 전격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오늘(12월 3일) 소환조사를 거부하던 전두환 전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수괴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당시 검찰이 밝힌 전씨의 구속혐의는 군사반란수괴와 상관살해·초병살해 등 모두 6개다.

전날인 2일 全씨는 대국민성명을 발표, 이날 예정됐던 검찰의 소환은 물론 향후 12·12, 5·18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기로 하는 등 검찰 재조사에 대해 전면거부 입장을 밝힌채 생가가 있는 합천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하루만에 고향땅에서 전격 호송되어 이날 오전 10시37분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55년 소위로 임관한 뒤 별을 달고 승승장구, 12.12 쿠테타로 실권을 장악한지 16년만이다.

김대중·김영삼 등 야당 정치인들에 대해 숙정의 칼날을 들이대고, 민주화의 역행에 항의하던 광주시민들을 무력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며 권력을 차지했던 그가 영어의 몸이 되는 순간을 우리 국민은 참담한 심경으로 지켜봤다.

이후 국회는 12월 19일 내란사건 공소시효를 연장한 5.18특별법을 통과시켜 내란사건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문민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는 성공한 쿠테타였던 12.12사건을 군사반란으로 자리매김 시켰고, 5.18광주민주화운동도 새롭게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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