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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 입학식 '그거 괜찮네'

중앙일보

입력

'경찰청.호텔.병원에서 입학식을'-.

일부 대학이 졸업 후 자신의 일터가 될 산업현장에서 입학식을 하는 등 이색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미리 현장 체험을 시킨다는 취지다. "잘 지도해 달라"는 뜻으로 총장에게 회초리를 전달하거나 신입생이 하루라도 빨리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입학식을 당겨 치른 곳도 있다.

2일 오후 대구지방경찰청 6층 112 신고센터에 대학 신입생 120명이 줄지어 들어섰다.

"시민이 112로 신고를 하면 모두 여기에서 처리를 합니다. 신고자의 전화 번호와 주소도 기록되지요. 현장 출동이 필요하면 무전으로 순찰차와 해당 경찰서 상황실로 지시합니다. "안내 경찰관의 설명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이들은 경북 경산시 대경대의 경찰행정학부 신입생이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대구경찰청 강당에서 윤시영 청장의 특강을 듣는 것으로 입학식을 대신했다. 이어 112 신고센터.과학수사대.사격장 등을 둘러보는 현장 체험을 했다. 사격장에선 시뮬레이션 사격도 했다. 이정희(19) 양은 "중학교 때부터 경찰관을 꿈꿔왔다. 훗날 내가 근무할 곳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호텔조리학부 신입생 300명은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연극영화방송학부 학생 153명은 KBS대구방송총국 공개홀에서 입학식을 했다. 또 간호학과와 병원의료행정과 학생 60명은 경산시 대경병원에서 입학식을 열었다. 유진선 대경대 학장은 "산업 현장을 보면 성취 동기가 생겨 좁은 취업 문을 뚫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북 영주시의 동양대는 5일 열리는 입학식에서 '집지(執贄)'행사를 연다. 집지는 제자가 스승을 처음으로 대할 때 예물을 주는 옛 의식이다. 학생 대표 두 명은 총장에게 옛 예물인 육포와 회초리 묶음을 전달한다. 대학 측은 경건한 입학식이 마음을 가다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 논산의 건양대는 2일 학과 특성에 맞는 입학식을 치렀다. 아동보육학과의 경우 재학생이 인형 탈을 쓰거나 피에로 의상을 입고 참여해 후배를 맞았고, 예식산업학과의 재학생들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폐백 음식 만들기 등을 선보였다. 3월 2일에서 5일까지 입학식을 하는 타 대학과 달리 충남 금산에 있는 중부대는 지난달 22일 이미 행사를 치렀다.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입학식을 앞당겼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대전.대구=서형식.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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