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마트에 참이슬이 없는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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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특히 단합이 잘 된다는 한국인이지만 기업 논리는 조금 다른 것 같다. 한국 소주 시장의 절반 이상을 틀어쥔 진로가 중국에 처한 상황이 냉혹한 기업 경영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1일 진로와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진로는 중국 이마트에 19.8도 소주 '참이슬 후레쉬'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한상(韓商)으로 이국 땅에서 협력을 해야 마땅하지만 한국 본사간의 비우호적인 관계가 중국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진로와 이마트는 지난해 8월 진로가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할 때부터 갈등에 휘말렸다. 이마트가 진로에 점포 내 행사 참여를 요구했지만 진로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마트는 '참이슬 후레쉬' 입점 거부라는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마트측은 진로의 협조 없이 '울며겨자먹기'로 행사를 진행해 역마진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고 볼멘소리다.

그러나 진로는 이마트에서 입점 대가로 요구한 내용이 회사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고 하소연한다. 진로측은 "행사에 참여할 의지가 없지는 않았지만 대형마트에서마저 출혈경쟁에 나서면 손실이 너무 커 이마트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국 본사에서의 갈등이 중국에까지 이어져 중국 내 이마트 7개 점포에는 '참이슬 후레쉬'가 없다. 신세계는 오는 2010년까지 중국 내에 이마트 점포를 35개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어서 진로는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이마트와 우호적 관계 설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진로 입장에서는 두산(56,600원 1,200 -2.1%)의 저가공세도 골치거리다. 두산은 중국에 상자(360㎖×20병입)당 8.7달러에 수출해 진로의 10달러보다 13%나 낮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처음처럼'이 중국 이마트에 입점한 것은 물론이다. 두산의 중국 내 국산 소주 시장점유율은 진로의 86%에 현저히 밀리는 14%정도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일본 시장에서 진로를 눌렀고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진로를 치고 올라오는 국면이다.

진로측은 "우리가 해외 시장을 닦아놓으면 두산이 차려진 밥상에 숫가락을 얹는 식의 행태를 보여왔다"며 "공정 경쟁을 피하면서 저급한 방법으로 시장점유율만 높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가격전략은 마케팅의 기본"이라며 "진로측의 위기감은 이해하지만 두산을 탓하는 건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진로측은 이마트와의 갈등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해도 이마트는 국내 최대 대형마트이기 때문에 원만한 관계를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이마트와 관계 개선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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