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편집 디자이너 강계숙씨|광고·사보 홍수시대 독특함이 생명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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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똑같은 재료로 만든 요리라도 만든 사람에 따라 음식 맛이 현저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음식솜씨는 소중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주어지는 테마와 제약들을 갖고서도 남들의 것과 다른 독특한 광고와 읽히는 사보를 제작하는 편집디자이너 강계숙씨(29)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있다.
「조앤강 커뮤니케이션스」라는 광고기획 및 사보제작 대행회사를 차려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강씨가 하는 일은 의뢰 받은 광고와 사보들의 기획·취재·제작에서부터 인쇄까지 다양하다.
재벌그룹이나 큰 회사에서 운영하는 업체들은 제외하더라도 강씨와 같은 일을 하는 업체가 서울에만 해도 무수하다.
그러나 여성들이 하는 광고 및 사보의 제작대행업소는 열 손가락을 넘지 않아 강씨의 일이 더욱 돋보인다.
『투철한 직업의식과 적성·자질이 전 밑천』이라는 강씨가 이 분야에 진출하게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조그마한 잡지사(1년 근무)를 거쳐 한국사보연구소에 취직한 87년부터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강씨는 한국사보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광고대행회사 「통로」에서 편집디자이너로서의 기본적 능력을 닦았다.
그러나 강씨는 대학시절 몸담았던 기독학생회 서클에서 포스터를 그리고 회지를 제작하는 등 문서 운동을 했던 것이 더욱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직장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는 강씨는 이렇게 신나는 삶을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독립을 결심했다.
90년 10월 대학시절부터 사귀어왔던 남편 조경환씨(32)와 결혼하면서 결혼자금을 털어 서울 갈현동에 있는 오피스텔 방 1개를 빌러 사무실을 내고 독립했다가 지난달 7일 현재의 혜화동 주택가로 옮겼다.
남편 조씨도 결혼 당시 출판사의 광고기획 파트에서 기획전략실장을 맡고 있었고 그 전엔 컴퓨터회사의 광고업무를 담당했기에 함께 회사를 만들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
강씨의 사업 좌우명은 「There is difference」. 우리말로 「차별화」라고나 할까.
『홍수가 나서 모두 물 때문에 아우성일 때 정작 귀한 것은 마실 수 있는 깨끗한 한잔의 물이지요. 마찬가지로 요즘과 같은 광고·사보들의 범람시대에도 특색 있는 「차별화」만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강씨는 사무실을 낸 후 한국부인회의 기관지 격인 「소비자보호」「한국부인회 소식」을 처음 수주 받은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한국통신의 강원지부 사보와 한국업존 등 8개회사의 사보제작을 맡고 있다. 또 포철의 자회사인 「포스데이터」광고 문안 등 굵직한 회사의 광고만도 여러 개 제작했다.
「전문편집디자이너」라는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대다수시민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 직종은 아이디어와 투철한 직업의식이 있으면 반은 성공한 셈인데 치밀하고 섬세한 여성들이라면 평생직업으로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이 직종 종사희망자를 위해 시중에는 편집아카데미사보학교 또는 각종 문화센터의 편집과정반등 기초강좌도 많이 개설돼 있어 대개 6개월이면 기본지식습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무실을 열려면 이 분야에서 2∼3년의 실무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사무실 운영비와 처음 몇 달간 견딜 수 있는 자본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강씨는 『스폰서나 사주들의 지나친 간섭, 인쇄업자나 발주자들의 여성에 대한 편견 등은 앞으로 꼭 시정되어야만 할 난관』이라고 강조한다.
강씨는 다음달이면 아기엄마가 되기만 일의 즐거움 때문에 오늘도 발걸음이 가볍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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