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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하이, 피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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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여점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여행을 가신다고요? 그렇다면 미술관을 잊지 마세요. '미술의 황금 삼각지대(Golden Triangle of Art)'.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의 프라도 미술관, 티센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일컫는 말입니다. 방대한 소장품을 각각의 개성에 맞게 특화해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꼭 가봐야 할 '미술관 삼총사'들이지요. 르네상스 거장들을 좋아하세요? 그럼 프라도 미술관에 가보세요. 유럽 미술관에선 미국 미술을 보기 힘들다고요? 그렇다면 티센 미술관을 추천합니다. 조각이나 설치는 액세서리 수준이라 아쉬운가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 당신의 갈증을 풀어줄 것입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바쁜 출장길이라도 욕심 한번 내보세요. 유럽의 주요 미술관을 순례한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이런 말을 했답니다. "큰 미술관일수록 길을 잃고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다. 보고싶은 것 하나만 욕심내라. 내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작품을 만나면 그걸로 족하다!"

마드리드=박지영 기자

프라도 미술관 단일 미술관으론 세계 최대

프라도 미술관은 단일 미술관으론 세계 최대 규모라는 명성에 걸맞게 중세 이콘(성물화)부터 현대미술까지 엄청난 컬렉션(3만여 점)을 자랑한다. 루벤스의 '미의 세 여신',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옷 벗은 마야',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등 책에서나 본 명화들이 곳곳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보여주고 싶은 게 어찌나 많은지 전시 기피 장소인 출입문 위, 계단 옆, 화장실로 가는 비좁은 복도에까지 명화들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피카소의 대표작 '게르니카'

수십 개로 구분된 방 중 가장 먼저 찾을 곳은 스페인이 낳은 당대 최고의 화가 벨라스케스의 방이다. 궁정화가로 인물화에 남다른 실력을 보인 그의 작품 중 '시녀들'은 항상 군중에 둘러싸여 있을 정도로 인기 만점이다. 공주를 보필하는 시녀들과 그림을 그리는 벨라스케스 자신, 이 광경을 지켜보는 왕 부부의 모습이 담긴 거울 등 복합적인 텍스트가 화면을 가득 채워 '그림 읽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림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생생한 붓터치가 수백 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한다. 역시 명화는 직접 봐야 제 맛임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번개 관람 팁=미술관 안내지도를 탐독하라. 옛 궁전을 개조한 이 미술관은 방마다 번호를 붙여 시기별.작가별로 분류 해 놓았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나 시대가 있다면 방 번호를 찾아 한눈팔지 말고 달려갈 것.

고야의 '옷 벗은 마야'

티센 미술관 개인 소장가의 탄탄한 컬렉션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고 감동을 느끼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미술이다'. 티센 미술관 전시장 한쪽 안내판에 적힌 카르멘 티센 보르네미차 부인의 말은 이 미술관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이 미술관은 그녀의 남편인 베론 한스 티센 보르네미차가 평생에 걸쳐 모은 컬렉션을 바탕으로 1992년 문을 열었다. 역시 중세 이콘부터 현대미술까지 개인 컬렉션이라 하기엔 너무나 방대한 소장품에 놀라게 된다.

가장 주목할 것은 미국의 근.현대미술이다. 변방 미술로 치부됐던 미국의 19세기 풍경화와 주류로 진입한 미국의 모더니즘.팝아트 작품 등이 주제별로 전시돼 있다. 요즘 티센 미술관은 '피카소 시대의 초상화-거울과 마스크' 특별전을 보러 오는 이들로 연일 북적인다. 고흐.고갱.뭉크.실레 등 근.현대 최고 화가들의 유명 자화상을 총출동시킨, 정말 보기 드문 전시다. 5월 20일까지.

■번개 관람 팁=시간이 빠듯하다면 본 전시와 특별전에 시간을 안배한다. 1시간이 주어졌다면 본 전시 30분, 특별전 30분, 이런 식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보면 정작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낭패를 줄일 수 있다.

마드리드 근교 당일치기로 갈 만한 곳

■톨레도=중세 모습을 간직한 도시.'카스티아 라 만차'라는 자치구의 주도로 한때 기독교도와 무슬림.유대인들이 한데 모여 살았다. 네 개의 탑을 가진 성채, 톨레도 대사원, 소코도베르 광장 등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세고비아=옛 로마 건축물의 흔적. 세고비아는 아주 작은 도시로, 걸어서 모든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백설공주' 이야기의 배경인 알카사르 성을 시작으로 아기자기한 골목을 지나면 장엄한 로마 수도교에 이른다.

■콘수에그라 & 캄포 데 크리프타나=풍차의 도시. 포도나무 길을 따라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면 큰 풍차 11개가 있는 콘수에그라가 나타난다. 근처의 캄포 데 크리프타나에도 10개의 거대한 풍차가 있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곳이다.

[자료=하나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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