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쥐어짜서 건보 올 1조원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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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올해 직장인들의 건강보험 흑자액이 지역가입자보다 열 배나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직장인은 소득 증가분, 보험료 인상률을 반영해 보험료가 매년 큰 폭으로 올라가지만 소득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인상 폭이 직장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건보재정을 통합하면 직장인이 건보재정 적자를 메울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 교수는 "지난 7월 직장과 지역 건보가 돈 주머니를 같이 쓰기로 하고 재정을 통합했으면 양쪽의 보험료 부담이 같이 올라가는 게 맞다"면서 "건보재정 적자를 다 떨어내는 2006년까지 양쪽의 재정을 따로 계산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직장 건보 재정은 9천8백17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건보의 흑자는 1천3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직장건보가 훨씬 많은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지난해 지역은 1천2백4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비해 직장은 이의 5.1배인 6천3백66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직장 건보 살림의 호조세 덕분에 직장이 훨씬 많았던 전체 빚(누적적자)이 이제는 비슷해졌다. 지난해 직장은 1조8천여억원, 지역은 8천여억원 적자였으나 올해 누적적자는 직장이 7천9백억, 지역이 6천9백억원 선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직장 재정의 호조세가 이어져 직장은 5천3백여억원의 흑자를 내는 반면 지역은 3백94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했다. 누적적자 역시 직장은 2천6백억원, 지역은 7천3백억원으로 직장이 훨씬 적어진다.

이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지역가입자들의 소득파악률이 낮은 데서 비롯된다. 소득이 제대로 노출돼 있지 않다 보니 재산과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이 과표의 증가율이 매년 평균 4.5%에 불과하다.

반면 직장인들의 월급은 해마다 평균 9% 올라간다. 여기에다 정부의 공식 보험료 인상률을 반영하면 그 차이가 해마다 벌어지는 것이다. 직장인들의 건보료는 총소득에 보험료율을 곱해 계산한다.

건보공단 직장노조에 따르면 올해 공식 인상률은 8.5%이지만 직장인의 경우 지난해 월급인상률(11.6%)에다 지난해 정산분(7천억원)을 감안하면 실질 인상률은 31.1%에 달한다. 반면 지역은 10.6%에 불과했다. 이달 중 과표를 일부 올리더라도 직장의 절반보다 약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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