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함께하는 가을걷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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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창 가을걷이를 서두를 때인데도 일손부족 때문에 땀흘린 수확을 버려두고 있다는 농촌소식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올해만의 것은 아니다. 공업화와 도시화로 농촌인구가 줄고,특히 젊은 남자들이 농촌을 떠나 농촌인구의 고령화·여성화가 가속되면서 농촌의 일손부족 문제는 해가 갈수록 심각한 사회적·경제적 문제가 되어 왔음은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국가경제·정책적 수단에 의해 강구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적은 인원으로도 가능한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영농의 기계화·대단위화·협업화를 추진하고 영농의 종류도 변화된 대도시 주민의 수요나 외국의 기호에 맞춰 전환을 꾀해 나가도록 하는 정책적 유도와 그것이 가능토록 하는 재정적 지원없이는 농촌의 일손부족 현상은 내년에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발등의 불은 당장 닥친 가을걷이 문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간을 두고 추진해나갈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우선 현재 농민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응급대책이 그와는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농촌의 당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국민적인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자 한다. 물론 그 관심과 지원을 조직해서 농촌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당국이 해야 할 일이나 그에 앞서 국민들이 농촌의 딱한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의 의지를 굳혀야 하는 것이다.
만약 농촌의 어려움을 같이 나누고 공동운명체적 정신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국민적 합의와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길은 없지 않다고 본다. 그동안에도 많은 군부대들이 자발적으로 농촌일손 돕기에 참가해 왔고 예비군·학생들 역시 농촌의 일손부족을 메우는데 크게 이바지해왔다.
우리는 그러한 지원활동이 이번 가을걷이에도 이어졌으면 한다. 군은 군대로,그 조직력을 이용해 일손부족 현상이 심각한 곳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펼친다면 농촌의 어려움은 한결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또 가을걷이기간 중에는 예비군이나 민방위대의 훈련도 농촌돕기로 대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비군이나 민방위대의 농촌돕기는 아예 이번 일손돕기를 계기로 정례화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농촌의 일손을 돕는 길은 그밖에도 많을 것이다. 가령 그 숱한 향우회들이 자기 고향의 일손돕기에만이라도 다투어 나서 준다면 문제의 해결은 의외로 간단할는지도 모른다. 모두들 생업에 바쁜 처지이기는 하겠지만 휴일하루쯤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버스라도 전세내어 단체로 고향을 찾아 일손을 돕는다면 고향사람들 뿐 아니라 자신들도 보람을 만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는 어디에 살고 있든지간에 결국 우리들 모두의 뿌리는 농촌에 두고 있다.
따라서 농촌을 돕는다는 것은 곧 스스로를 돕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가을 걷이에는 전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모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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