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거래되는 예체능 입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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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대 무용과의 입시부정 사건은 마치 불법 상품을 사고 파는 악덕상인들을 연상시킨다. 은밀히 거래한 다음 사간 물건에 하자가 발생하자 되물려 달라고 소동을 벌이면서 탄로나는 악덕 상인들의 범죄행태와 다를바가 없다. 거래액이 자그마치 1억여원이고,경우에 따라서는 3억원이 보통이라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이처럼 추악한 범죄가 오랜 전통을 지닌 명문 사학에서,무용계의 한자리에서 일가를 이룬 중진 교수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는 명문 사학의 명예와 앞으로의 예체능 실기고사의 공정성을 위해서 이대 무용과의 입시부정이 단순히 추악한 교수와 극성스런 학부모간의 흥미거리 스캔들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판단한다.
이 사건을 계기 삼아 당장 눈앞에 닥칠 금년도 예체능 실기고사의 공정성을 확보할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뿐만 아니라 최근 활발히 거론되고 있는 기여입학제라는게 얼마나 가공할 병폐를 가져 올 것인가를 확인하는 선례로 중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올해초 예체능 입시부정사건이 서울대 음대를 시작으로 터졌을때 여타의 많은 대학에서도 비슷한 부정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수사는 축소되었고 부정을 막을 예방책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겉모양만 번지르르한 대책으로 끝나버렸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대부분 명문대학들은 대학 단독으로 예체능 실기고사를 치르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이대 무용과의 이번 사건을 보면서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예체능 입시 비리가 과연 대학자율에 의해 예방되고 치유될 것인가를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 음대 경우 소속 교수들이 일체의 레슨을 거부하고 입시의 공정성을 다짐하는 자율적 결의를 한바가 있다. 이와 같은 도덕성 회복운동이 일어나기까지엔 음대 입시부정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뼈를 깎는 교수들 자신의 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대 무용과 입시부정도 철저히 파헤쳐져야 하고 껍질이 깨지는 고통을 겪고서 일어서는 자성의 아픔없이는 비리의 근원이 제거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비리의 구조적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한 대학 단독의 실기시험 보다는 대학간 연합 형태의 채점자 교류가 당분간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엄격한 비리 예방책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구조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국립·사립,명문·비명문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는 시점에서 과연 기여입학제가 본래의 뜻과 제한된 규정속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되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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