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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경고 수차례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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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라크 저항세력이 한국인을 노렸다."

1일 이라크 재건사업 진출 한국기업 1호인 오무전기 근로자 4명의 피습 사건을 접한 현지 한국대사관 직원.상사주재원.교민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날 현지 선교사와 구호단체 요원 등을 포함해 1백여명으로 추정되는 이라크의 한국인들은 한국을 겨냥한 제2, 제3의 테러 걱정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손세주(孫世柱) 주이라크 대리대사는 "우리 업체가 이라크에 들어와 공사에 참여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현지 기업들에 철수를 권했다.

현지 주재원들도 이날 하루종일 외출을 자제하며 철수 여부를 놓고 대사관.한국 본사 등과 연락을 주고받느라 분주했다. 현대건설 이영철(54) 이라크 사무소장은 본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한국인 피격 소식에 '아이고'란 비명이 절로 나왔다. 요즘 한국인을 공격하겠다는 협박이 자주 있던 차에 이번 일이 터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숨진 곽경해(61).김만수(46)씨 등 오무전기 직원 4명이 지난달 30일 피습당한 바그다드 북부 사마라~티크리트 도로구간은 전날 일본 외교관 두 명이 피살되는 등 외국인을 겨냥한 공격이 집중됐던 곳이다. 오무전기 측이 바그다드와 티크리트 북부의 바이지를 잇는 송전시설 구간의 공사를 맡아 지난달 11일부터 자주 왕래해오던 터여서 이번에 표적이 됐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현지 한국인들은 지적했다.

현재 이라크에 체류 중인 한국 민간인은 이번에 피해를 본 오무전기직원 68명 외에 공관직원 7명, KOTRA.한국국제협력단(KOICA) 요원 10여명, 현대.대우 등 상사 주재원 10여명, 국제구호단체 소속 한국인 직원과 선교사 등 40여명이다. 하지만 오무전기처럼 정부에 통보를 하지 않은 채 이라크 재건에 참여한 업체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와 건설업계 등은 한국인 피해를 막는 동시에 총 5백50억달러(유엔 추정)에 달하는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의 실마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1일 특수위험지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현황 파악 및 관리를 위해 가칭 '출국신고제' 도입을 건의키로 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공관직원 등 필수 인원을 제외한 이라크 체류 한국인들은 이른 시일 내에 출국하라"고 권고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강찬호.김필규 기자

<사진 설명 전문>
이라크 저항세력을 소탕하는 코브라 작전에 투입된 미 82공수사단 병력이 지난달 30일 바그다드 시내에 배치되고 있다. 한국.일본 등 외국인을 겨냥한 테러공격이 잇따르자 미군은 바그다드 남쪽의 고속도로에서 1천5백여대의 차량을 검문검색했다. [바그다드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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