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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회사는 이런 모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 런던의 토튼햄코트 로드. 영국의 전자상가라 불리는 이 곳에는 컴퓨터 및 전자제품 관련 사무실 및 상가 등이 가장 많이 모여 있다. 이 거리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그 빌딩 안에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 스카이프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전화기 없는 안내데스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순간 커다란 안내데스크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 큰 자리를 여직원 한 명이 지키고 있다. 크기는 보통 사무실의 2배가 넘는데 그 큰 책상에 덩그러니 노트북 한 대만 놓여져 있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무슨 일로 왔냐고 묻는 직원에게 누구를 찾아왔다고 말해줬다. 알겠다고 대답한 후에도 계속 노트북만 쳐다 보고 있는 그녀에게 불안한 마음에 다시 한 번 누구를 찾아왔다고 얘기해줬다. 그러나 역시 아무 움직임이 없다.

갑자기 만나기로 했던 직원이 나온다. ‘어찌된 일이지? CCTV를 보고 알았나?’ 궁금해 하는데 이 사람,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한다.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 내가 찾아왔는지 어떻게 알았나. 역시 밝은 미소를 짓더니 스카이프로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추가 설명과 함께. ‘거 참 신기하군’

<천국보다 낯선 휴게실>

사무실을 둘러 보기 전에 휴게실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휴게실의 크기가 웬만한 사무실 한 층 크기보다 컸다. 각종 음료수로 가득한 냉장고(맥주와 와인까지 있었다!)와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까지 마련돼 있었다.

한 편에는 널찍한 소파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가 놓여져 있었고, 포켓볼을 즐길 수 있는 당구대와 축구의 종주국답게 테이블 풋볼(Table Football)이라는 축구게임기계까지 있었다.

<주방까지 갖춰져 있는 스카이프 본사 휴게실>

휴게실이라고는 하지만 외부 업체 미팅 및 토론이 필요한 업무 등이 진행 중이었고,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대형 슬라이드가 갖춰져 있었다.

업무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거나 음식을 먹는 직원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자유로움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성급한 생각마저 들게 했다.

<전화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휴게실에서 나와 사무실 전체를 둘러보기로 했다. 2층과 3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몇 년 전만 해도 작은 책상 하나에 노트북 몇 대였다니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신기한 장면은 사무실 안에서도 연출되고 있었다. 직원들 모두 바쁘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이로 전화기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앉아 있는 수많은 책상들 중 전화기가 놓여져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책상 위에 있는 건 노트북과 헤드셋이 전부였다. 헤드셋을 사용하고 있는 직원의 책상에는 노트북 한 대만 놓여져 있었다. 여유 공간에는 서류 등이 놓여져 있었지만 그래도 책상 위가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은 변함 없었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헤드셋이 전부>

전화기가 없으니 바닥에서부터 전화선이 올라올 필요가 없었고, 무선인터넷이 완벽하게 구동되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선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책상 밑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깔끔한 사무실 바닥을 본 것은 난생 처음.

<모든 통화는 스카이프로!>

전화기가 없다는 설명을 미리 듣긴 했지만 그래도 믿기지 않아 통화가 막 끝난 직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전화를 걸고 받는 걸 전화기 없이 어떻게 다 해결하냐고.

직원의 대답은 간단했다. 스카이프 회원끼리는 통화는 전세계 어디에 있거나 관계없이 100%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상대방이 스카이프를 쓰지 않을 경우에도 ‘스카이프아웃’, ‘스카이프인’이라는 유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전화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할 때 쓰는 것이 ‘스카이프아웃’, 반대로 받을 때 쓰는 것이 ‘스카이프인’이라는 설명.


PT를 위해 만든 소극장식 관객석, 무선 인터넷환경이 완벽 구현된 스카이프 사무실에서는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앉아 일하는 직원들을 볼 수 있다

전화기만큼 잘 들리냐고 묻자 바로 그 자리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보란다. 휴대전화로 할 거라고 요금이 비쌀지도 모른다고 하자 망설임 없이 괜찮다며 아예 자리까지 비켜준다.

5분 정도 통화를 하고 나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제전화인데도 깨끗하게 잘 들리는 통화품질에 한 번 놀랐고, 직원이 설명해 준 요금에 또 한 번 놀랐다.

스카이프아웃을 사용해 휴대전화로 걸었던 5분 동안 내가 사용한 금액은 우리나라 돈으로 고작 420원. 가지고 갔던 로밍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면 5분 통화에 3천3백원 정도 드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요금이었다.

너무나도 저렴한 요금에 놀라 당황한 나를 앞에 두고 그는 친절하게도 전화를 받는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해줬다. ‘스카이프인’은 스카이프 상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착신번호를 구매하는 서비스.

한국에서 스카이프인 번호를 구매하고 지금처럼 영국에 와서 스카이프에 접속해도 그 번호로 전화를 받을 수 있냐고 묻자 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전화를 거는 사람이 국제전화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하자 상대방은 한국의 시내 전화 요금만 부담한다고 했다.

영국에 있는 사람에게 시내 전화 요금만으로 통화가 가능하다니! 거는 전화뿐 아니라 받는 전화까지 생각하는 스카이프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전화기 없는 사무실, 한국에서도 먼 미래가 아니다>

‘전 세계 이용자 1억7천1백만 명,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 22만 명’
스카이프의 현 주소다.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거둔 성과라고 하기엔 믿기 어렵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꾸준하게 가입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도 인터넷전화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스카이프 가입자 수 또한 늘어나고 있다. 스카이프 아시아 지역 담당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그 어느 지역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전화기가 존재하지 않는 사무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로 이뤄지는 곳. 부러움을 가득 안고 아쉬움을 뒤로 하며 스카이프 본사를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화기 없는 사무실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노트북과 헤드셋만으로 모든 업무가 이뤄지는 한국 첨단 사무실의 멋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Clive Kim 프리랜서 기자)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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