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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류 25번 줄일 수 있는 양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부시 미국대통령의 지상발사 단거리 핵미사일의 전면폐기, 잠수함과 해상발사전술 핵무기 전면 철수 선언으로 「핵」이 또 한번 전세계의 관심이 되고있다.
전쟁과 평화의 두 얼굴을 지닌 핵이란 무엇인지, 그 이용과 폐기를 중심으로 한 핵이야기를 두번에 나눠 싣는다.
흔히들 원자력을 「꽃과 가시를 한줄기에 가진 장미」에 비유한다. 원자력을 평화적 목적에 쓴다면 장미꽃에 해당하고 핵무기처럼 전쟁용으로 쓴다면 가시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장미줄기에는 꽃송이보다 가시가 더 많듯 원자력에서도 평화적 목적의 원자로보다 핵탄두가 훨씬 많이 만들어져 왔다.
지구상에 있는 「가시」의 양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백30만배에 달하며 이들 모든 핵탄두가 한꺼번에 폭발하면 전 인류를 스물다섯번 죽일 수 있는 엄청난 양이라고 한다.
장미꽃이든, 가시든 원자력은 원자핵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꽃보다는 가시가 먼저 생겨나 핵은 무서운 존재로 사람들에게 인식돼 있다. 최초의 상업용원자력발전이 시작된 것은 54년이지만 미국 맨해턴 계획에 의한 최초의 원폭실험은 이보다 9년 앞선 45년6월이었고 그해 8월에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사용됐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중심에는 원자핵이 있고 이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돼 있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은 무거운 원자핵이 중성자에 의해 쪼개지는 핵분열반응이나 중수소와 결합해 삼중수소나 헬륨과 같은 더 무거운 핵 종으로 변하는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때 질량결손에 의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면 원자력발전소가 되고 무기에 이용하면 핵 폭탄이 되는 것이다.
「핵」이란 이 원자핵에너지에서 따온 말로 원자력과 같은 의미지만 사람들은 통상 나쁜 의미로 쓸 때는 「핵」, 좋은 의미로 쓸 때는 「원자력」으로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다.
핵무기의 제조는 원자력 발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손쉬운 기술이다. 발전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핵폭탄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폭탄은 만들 수 있어도 원자로는 만들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원자탄의 원료로는 농축우라늄(U)을 쓰는 것과 플루토늄(Pu)을 쓰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농축U는 농축시설을 이용, 핵분열물질인 우라늄의 순도를 95%이상(원자로는 3%정도)으로 높여 사용하고 Pu는 낮은 순도의 우라늄을 원자로에서 태웠을 때 생기는 Pu를 재처리 시설을 거쳐 분리해 쓰게 된다. 농축시설에는 엄청난 투자가 들어가므로 강대국 외에는 이 방법을 쓰고 있다.
이들 물질은 일정 수준의 질량(이를 임계질량이라 함)이 되면 스스로 폭발하게 되는데 농축U 10㎏, Pu 7㎏정도면 소규모의 폭탄 하나를 말들 수 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Little Baby」가 농축U, 나가사키에 투하된 「Fat Man」이 Pu를 원료로 사용했다.
핵탄두가 터지면 주변온도는 수백만 도가 되고 압력파에 의해 시속 1천핵 이상의 폭풍이 생겨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수직방향의 폭풍은 지상에서 반사돼 다시 솟구치면서 먼지를 동반해 거대한 먼지기둥을 형성하고 그 위에 불꽃이 얹혀있는 버섯모습으로 된다. 이 때의 열·폭풍과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인류의 종말을 재촉하는 것이다.<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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