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학자 우리말 통일작업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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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남북한 언어학자들이 폴란드에서 남북한간에 이질화되어있는 우리말을 통일하기위한 공동의 노력을 하고있다.
폴란드 바르샤바대에 초빙교수로 나가있는 서울대 이현복 교수(55)와 북한 혜산사범대 로길룡 교수(49).
이교수는 지난해 10월부임, 로교수와 함께 폴란드 학생들에게 한국어회화를 가르치면서 두 사람이 사용하는 어휘와 발음이 틀린 것이 많아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언어통일작업의 필요성을 깨달아 공동작업에 나선 것.
대한음성학회의 연수회참가 차 잠시 귀국한 이교수는 『언어단일화 작업이 통일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명감을 갖고 평소 우호적인 로교수의 동의를 받아 금년 봄부터 언어통일 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5년제 대학인 바르샤바대의 한국어과에는 12명의 학생이 등록, 이·로교수를 포함한 5명의 교수진이 한국어회화·문법·문화사·문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과 내에 남북한 언어통일연구회를 설립하고 2년의 연구기간을 설정한 이들은 남북한의 교과서·사전·잡지 등을 나눠 갖고 우선 이질 어휘를 골라내고 있는 중이다.
『전국민이 쓰게될 어휘를 단 두 사람이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기초작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는 이교수는 연구합의서까지 정식으로 작성, 국토통일원에 제출했다. 남북한 학자가 합의서를 작성한 사례는 학술·문화부문에서 처음이며 로교수를 통해 전해들은 북한 당국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
바르샤바대 외국인교수숙소를 사용하고 있는 남북한 두 교수는 수시로 만나 연구사업의 진척상황을 점검하거나 서로 독려하고 있으며 연구결과는 내년 중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폴란드·북한 문화협정에 따라 북한은 바르샤바대에 10여년전부터 교수를 파견해 왔는데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한국인교수파견은 이교수가 처음으로 그는 평소 남북한 언어이질화문제를 연구해왔다. <고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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