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짧았다 그래도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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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동국이 후반 48분 스튜어트 다우닝의 크로스를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하고 있다. 공은 정확하게 왼발에 걸렸지만 아쉽게 골포스트를 맞고 아웃됐다. [미들즈브러=뉴시스]

"거의 동화 같은 데뷔전이었다."

'라이언 킹' 이동국(28.미들즈브러)이 25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의 네 번째 프리미어리거가 된 이동국이 데뷔전에서 뛴 시간은 불과 9분이었지만 감독과 홈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미들즈브러 감독은 이동국의 플레이를 '동화(fairytale)'로 표현했다.

이동국은 홈에서 열린 28라운드 레딩FC전에 후반 40분 아예그베니 야쿠부와 교체 출전했다. 헤딩으로 첫 볼 터치를 한 이동국은 48분 스튜어트 다우닝이 골 마우스 왼쪽을 파고드는 순간 전방으로 쇄도했다. 다우닝의 크로스는 수비수 두 명의 키를 넘어왔고, 이동국은 어려운 자세에서도 왼발 발리 슛으로 연결했다. 그라운드를 한번 튕긴 공은 오른쪽 골포스트 하단을 강하게 때렸다. 데뷔전 데뷔골을 아깝게 놓친 이동국은 뒷머리를 감싸쥐었다. '1인치만 안쪽으로 향했더라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경기 후 "(다우닝의 크로스 순간은) 평소에 항상 생각을 많이 하던 상황이었는데 골로 연결하지 못해 아쉬웠다. 집에 가면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 뛰는 자리에서 좋은 찬스를 만들어 기분이 좋다"며 "당분간 주어지는 시간이 짧겠지만 강인한 모습을 자주 보여 출장시간을 늘리겠다"는 각오도 잊지 않았다.

스카이스포츠는 이동국에게 야쿠부.다우닝과 같은 평점 7점을 줬다. 8점을 받은 선수는 1골.1도움의 마크 비두카뿐이었다. 교체멤버로 나와 9분밖에 뛰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높은 평점을 받은 것이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동국을 더 오랫동안 출전시키고 싶었는데 야쿠부와 비두카가 너무 잘했다"며 "화요일(한국시간 28일 새벽)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의 FA(축구협회)컵 5라운드 재경기에 출전할 수도 있고, 능력을 보여줄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들즈브러는 비두카와 야쿠부의 연속골로 2-1로 승리했다. 레딩의 설기현과의 맞대결은 설기현이 출전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풀럼과 원정경기에서 2-1로 역전승했다. 선두 맨U와 2위 첼시의 승점 차는 9점(맨U 69, 첼시 60)으로 벌어졌다. 박지성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출전하지는 못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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