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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편안하다 터프하다 SU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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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현대차의 베라크루즈

강철로 만든 뼈대가 있는 프레임 방식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좋을까, 차체를 통째로 골격을 짜맞춰 승용차처럼 조립한 모노코크가 좋을까. 소비자들이 SUV를 고를 때 고심하는 것이다. 프레임 방식은 비포장도로 등에서 힘차게 달리는 장점이 있고, 모노코크는 승차감이 좋아 도심에서 타기에 좋다. 두 타입의 개발방식에 대해서는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현대자동차는 승용차 스타일의 모노코크 SUV를 선호한다. 투싼.싼타페부터 최근 나온 베라크루즈까지 모두 모노코크다. 유일한 프레임 방식이었던 테라칸이 단종돼 현대차에선 프레임 방식 SUV가 사라졌다. GM대우 윈스톰도 모노코크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유행하는 편안한 승차감을 목표로 SUV를 개발하기 때문에 모노코크로 만든다"고 설명한다.

기아차는 프레임을 선호한다. 국내 정통 SUV의 명맥을 이어가는 쏘렌토가 대표적이다. 기아차가 올 하반기 내놓을 대형 럭셔리 SUV도 프레임 방식이다. 베라크루즈보다 강인한 주행성능과 단단한 차체 강성, 오프로드 등판 능력을 강조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UV 전문인 쌍용차는 전부 프레임을 쓴다. 렉스턴.엑티언.카이런의 하체는 프레임으로 만들었다. 쌍용차 정무영 팀장은 "포장도로뿐 아니라 오프로드에서도 잘 달리는 SUV를 만들겠다는 게 쌍용차의 개발 컨셉트"라며 "차세대 모델도 프레임 방식을 채택하겠지만 연비와 승차감을 훨씬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쏘렌토, 지프의 랭글러

2000년 이후 나온 SUV는 모노코크가 대세다. SUV는 원래 오프로드 전용으로 출발했지만 최근 들어 점점 승용차를 대체해 도심 출퇴근과 레저용으로 쓰이면서 개발 방향이 '보다 편안한 승차감'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차도 모노코크가 주류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커맨더를 비롯, BMW X-5.X-3, 렉서스 RX350, 혼다 CR-V, 인피니티 FX, 캐딜락 SRX, 폴크스바겐 투아렉, 포르셰 카이엔이 그렇다. 모노코크 SUV 가운데 상당수는 포장도로 운행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이 때문에 오프로드에선 거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렉서스 RX350이나 BMW X-5는 비포장도로에서 운행할 때 차체가 약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국내 모노코크 SUV도 마찬가지다. 벤츠는 1990년 중반 M클래스를 프레임으로 만들었지만 연비가ℓ당 5㎞에 불과하고, 승차감이 딱딱해 별로 팔리지 않았다. 2005년 새로 개발한 M클래스는 연비.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모노코크로 만들었다. 90년대까지 프레임을 고집했던 SUV 전문 메이커인 랜드로버도 최근에는 모노코크로 가고 있다.

프레임 방식은 소수다. 오프로드 전문인 지프 랭글러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는 프레임 방식이다. 강한 주행성능이 특징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프레임 타입이다. 이들 차량은 산길을 타는 오프로드 성능으로 차별화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오프로드 성능을 살리기 위해 모노코크로 만들면서 차체 강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 나윤석 폴크스바겐코리아 상품담당 부장은 "2000년 이후 모노코크와 프레임 방식을 혼합하는 SUV도 개발되고 있지만 최근에 모노코크의 강성을 높이는 신기술이 속속 등장해 신차 개발은 모노코크로 가고 있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프레임과 모노코크

프레임 방식은 차량의 하부 구조를 H.Y자 형태의 강철 막대를 사용해 제작한 뒤에 구조물을 얹는 형태를 말한다. 중량이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지만 강성이 뛰어나 오프로드에선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항공기 제작법에서 도입된 모노코크(monocock)는 강철 막대 없이 차체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조립한다. 충돌했을 때는 충격에너지를 잘 분산하고 차고가 낮아 승차감이 좋은 장점이 있다. 최근 도심용 SUV는 대부분 모노코크 스타일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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