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4)캐나다 토론토 대자연속 현대미 갖춘 금융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캐나다는 소련 다음으로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다. 땅덩어리만 1천만평방km로 지구표면의 7%나 차지하고 있다. 지구상에 있는 호수 전체의 절반이 넘는 2백만개의 호수가이 넓은 땅의 군데군데에 숨구멍처럼 자리잡고 있으며 이영토의 절반은 아직도 원시 그대로인 영구동토대에 속해 있다.
동쪽의 대서양 연안에서부터 서쪽의 태평양해안이 동서의 끝이요, 남쪽의 미국 국경에서 지구본의 정수리쯤에 해당되는 북극 가까이까지 영토가 뻗쳐 있다.
이 광대한 국토에 살고 있는 인구는 고작 3천만명이 채 안되니, 사방 1km를 3명도 안되는 사람이 차지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5백53m 방송탑>
이렇게 보면 삭막하고 외로울 것도 같지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국과의 국경 3백km 이내의 지역에 모여 살고 있다.
동서로는 6천km, 남북으로는 3백km의 긴 띠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옆으로 길게 발달한 캐나다의 동남부에 토론토가 있는데, 이 도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 구조물인 CN타워가 있다. 높이 5백53m로 뉴욕의 마천루보다 높다. 본래는 캐나다 국영철도 회사의 방송탑으로 지어진 것인데 갖가지 오락시설을 갖추어 놓고 있어 연간 2백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한다.
높이 4백50m쯤 되는 전망대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기압차이로 귀가 멍해진다.
이 전망대에서는 방향별로 토론토의 여러 풍경을 살펴볼수 있다. 날이 좋을때는 망원경으로 나이애가라 폭포도 보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토론토의 시가지는 잘 정돈돼 있고 푸른 숲과 호수의 물이 있어 여유었는 느낌을 준다.

<50∼70층 은행 즐비>
직사각형의 격자형으로 배치된 시가지의 끝쯤에는 완만한 구릉이 있고 물즐기를 따라 푸르름으로 덮인 공원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토론토를 중심으로 위성도시를 포함한 대도시권역은 캐나다와 미국의 다른 신홍도시에서까지 하나의 모델로 상징되고 있다. 권역 전체의 행정과 도시계획이 포괄적이고 합리적으로 다루어져 공공교통망이 제대로 돼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도시의 중심시가지는 유니언역 주변이다.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초현대식 오피스빌딩들, 50∼70층이나 되는 은행들. 금융과 상업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다. 이 지역의 높은 건물을 본점으로 갖고 있는 5개 은행이 캐나다 금융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니 그 위세를 알만하다. 도심의 곳곳에서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보험회사들이다.
이 금융 중심가의 뒤쪽으로는 이튼백화점과 심슨백화점을 대표로 한 쇼핑가다.

<휴게소같은 백화점>
아치형으로 투명한 천장을 덮은 이튼센터가 특히 눈길을 끈다. 1979년에 완공되었다는 이 쇼핑센터는 2백65m에 달하는 도보상가로 3층 건물인데, 우리네 느낌으로는 「장터」라기 보다 「휴게소」 처럼 생각될 정도다.
옥내이지만 햇볕도 들어오는 투명 지붕이 입혀져 있고 군데군데 나무와 분수와 의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튼센터를 지나면 20층이 넘는 초승달 모양을 한 두채의 건물이 마주보고 있는 네이잔광장이 나온다. 토론토 시청청사다. 국제 현상공모를 통해 접수한 5백점 이상의 설계작품중에서 뽑은 것이라고 한다.
청사 앞의 커다란 분수대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광장이 조성되어 있고 시계탑이 있는 고풍의 구청사 석조건물도 그 옆에 있다.
토론토에는 LA처럼 본격적인 것은 아니지만 불편없을 정도의 코리아타운도 형성돼가고 있다.
한국사람 중에는 자동차 딜러로 이름을 떨치는 청년도 있고 인근 도시의 단칸방 아파트에서 장학금으로 생활비를 보태 써가며 소꿉장난처럼 살림을 꾸려가는 유학생부부도 있다.

<코리아타운 형성>
실컷 고생하며 집도 장만하고 가게도 제법 틀을 잡아갈무렵, 바람난 부인이 이혼을 요구해 빈털터리가 된 40대의 친구도 여기서 만났다.
『이혼을 세번만 하면 여자는 갑부가 되는 곳이 여기의 제도』 라면서 그 친구는 눈시울을 적셨다. 학벌도 외모도 싫고 마음씨 착하고 생활력 강한 신부감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는 그 친구의 15년 타향살이.
사람사는 곳에는 어디든 이렇게 애환이 섞여있는 것인가하여 울적한 마음이 된다.
토론토 방문길의 여행객이 빼놓을수 없는 곳이 나이애가라폭포.
자동차를 타고 유명한 온타리오 호반을 감상하며 2∼3시간이면 닿을수 있는 거리에 있다.
도시 고속도로 주변에 펼쳐지는 위성도시의 풍경, 「코티지」 라고 불리는 별장식 오두막집, 널쩍하게 자리잡은 농가들도 훌륭한 구경거리다.
폭포지역으로 접어들면서 보이는 융장한 물줄기,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와 함께 미주대륙의 정력을 뿜어내는 듯한 그 「거대함」 이 관광객들을 사로 잡는다.
다리 하나를 통해 미국과 연결되는 곳이지만, 역시 나이애가라의 진면목은 캐나다쪽에서 봐야 제맛이 난다는게 중론이다.

<가쪽서 봐야 제맛>
너비 2천6백피트 (약7백80m) 에 낙차 1백86피트 (약56m) 나 되는 우람한 폭포수를 바라보노라면, 실례되는 표현이지만 우리네 폭포는 오줌줄기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뭐든지 장대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닌 법. 아기자기하고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룬 제주도의 폭포들 또한 그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아닐까.
「세계 최고」 라는 기록만 찾는 여행은 육체만 찾는 사랑처럼 허무한 것일거라는 기특한 생각을 해본다.
백 준 <여행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