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불행아닌 발전의 디딤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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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편안한 생활보다 오히려 얼룩진 땀방울 속에서 삶의 기쁨을 느껴요.』
26일 「91부산향토청소년문예행사」 생활수기 부문에서 『바늘 한땀에 맺힌 땀방울』 로 금상을 받은 정찬녀양 (18·동평여상3·부산시부암동385).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정양은 부산생활 3년동안 낮에는 일터에서, 밤에는 야간학교에서 체험한 삶의 이야기를 그저 담담히 옮겨 적었을뿐이라고 했다.
전남 무안의 빈농에서 태어난 정양이 고향친구 12명과 함께 부산으로 온 것은 중학교를 졸업하던 89년 2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형편이 못돼 스스로 벌어 공부하기 의해서였다.
『어린 나이에 부모곁을 떠난 것도 서러운데 사상공단의 한 신발업체에서 기술을 배우며 잘못했다고 반장·언니들이 꾸짖을 때는 눈물이 쏟아졌지만 이런 시련들이 오늘의 신발 숙련공을 만든 것 같아요.』
그해 동평여상 야간부에 입학한 정양은 교사가 되겠다는 꿈이 있기에 낮에는 일터에서, 밤에는 학교에서 쉴새없이 보내는 나날들이 그렇게 고달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학진학을 위해 정양은 새벽6시면 단과학원에서 뒤떨어진 영어·수학과목을 보충한다.
정양은 많지 않은 봉급에서도 알뜰히 저축, 4백여만원을 모았다.
『가난은 불행이 아니라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며 격려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웃음을 잃지 않고 산다는 정양은 『훌륭한 교사가 돼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 고 말했다.
【부산=정용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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