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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산의톡톡히어로] 전설의 에메랄드 찾는 두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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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예언자 엘리야가 여호와로부터 받은 전설의 에메랄드 우림과 툼밈을 찾아내는 두 남자의 모험 이야기. 나이 마흔까지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갑자기 이야기의 봇물이 터진 것처럼 작가로서 빛을 발하게 된 대중적인 역사소설가 쥘리에트 벤조니의 소설 '예언자의 에메랄드'(손종순 옮김, 문학동네)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보석을 둘러싼 고금의 많은 이야기들이 그러하듯이 이 소설 속의 에메랄드는 '신의 계시'라는 휘황하고 신비로운 칭호와 함께 '저주 받은 에메랄드'라는 불길한 호칭도 함께 지니고 있다. 그것을 찾는 두 남자의 모험담 역시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불길하고 음침하다. 스펙타클한 모험 이야기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한 쌍의 에메랄드처럼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남자를 살펴보자. 스스로를 보석상인이라 칭하는 주인공 알도 모로지니는 모로지니 왕가의 왕자다. 보물과 꿈을 찾아 헤매는 트레저 헌터 캐릭터들은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늘 화려한 빛에 휩싸여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나 귀티 좔좔 흐르는 배경을 가진 보물사냥꾼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런 배경 탓일까? 에메랄드를 찾아 헤매는 알도 왕자의 모험은 아내의 생명을 인질로 삼은 자의 협박으로 시작된 위험천만한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피를 말리는 긴장이나 고뇌는 찾아볼 수 없다. 말 그대로 취미 특이한 왕족의 즐거운 나들이 같다.

그럼 알도 왕자의 단짝인 아달베르는 또 어떤 인물인가? '손이 민첩한' 고고학자인 아달베르 역시 비록 왕족은 아니지만 알도 왕자만큼이나 유유자적 모험을 즐긴다. 그 둘은 마치 우림과 툼밈, 신의 에메랄드 같은 캐릭터다. 비현실적으로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하지만 그들 두 사람이 엮어내는 모험담은 어떤가. 살인, 협박, 드라큘라의 후예, 살로메의 유혹, 버림받은 여인의 소름끼치는 복수. 그야말로 '신의 계시'가 '저주받은 에메랄드'가 되는 것처럼, 이 근심걱정 없는 두 모험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무질서한 악몽 같은 괴이한 모험담이다.

역설적인 일이다. 주인공들이 빛날수록 그 이야기는 더욱 어두워지나니. 마치, 보석이 너무 빛날 때 그걸 바라보는 인간의 눈이 더욱 침침해지듯이.

진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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