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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숯불구이에 고들빼기김치 별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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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추나무집을 드나들기 시작한지도 30년이 넘었다.
청주 동부상가 앞 좁은 골목안에 있는 대추나무집은 음식도 음식이지만 그 분위기가 여느 식당과 다르다. 두채의 일본집을 외형은 그냥 두고 방만 온돌로 고쳤기때문에 마루와 정원이 옛모습대로인데, 손질도 자주하지 않아 멋대로 자란 나무가 오히려 자연스럽다.
금정식당이라는 옥호가 있지만, 대부분의 단골들은 대추나무집이라 부른다.
60년대 우리가 가난하던 시절에는 제법 고급에 속했던 이 식당은 쇠고기숯불구이로 유명하다. 쇠고기 사태살이나 안심·염통·콩팥을 참숯불에 구워먹는 맛은 주렸던 우리에게는 더없는 성찬이요, 별미였다.
겨울에는 쇠고기 숯불구이에 곁들여지는 고들빼기김치와 시원한 동치미국이 각별하다. 여름에는 닭볶음을 푸짐하게 해내는데 가끔 옥수수로 빚은 술을 내기도해 단골들을 즐겁게 한다.
처음 이 집을 다닐 때는 언니가 주인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물러나고 동생(이모)이 주인이 되었지만 단골들은 변함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가마솥에 장작을 때어 지은 밥맛과 시골다운 찬이다. 술판이 끝날 즈음 불을 지피는 이집 밥은 성미급한 사람을 짜증나게 하지만 푹퍼진 밥맛이 좋고 시골 농장에서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청국장을 빚고 막장을 담근다.
고들빼기란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풀로 씀바귀의 일종이다. 손가락만한 큰뿌리와 무성한 잎을 소금에 절여 김치담그듯 하면 쌈싸름한 맛과 독특한 향기가 구미를 돋우게 한다. 골파를 많이 넣고 조선부추도 넣어 담그는 이집의 동치미는 그 맛이 칼칼해서 국수를 말아먹으면 평양냉면보다 시원하다.
식당이면서 식당같지 않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것은 주인의 후덕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릇마다 수북이 담아놓은 찬이 푸짐하고 상차림도 예스럽다.
요즘 별로 고기를 즐기지 않지만 시골고향같은 밥맛과 모내는 일꾼들에게 내다주는 들밥같은 시골스러운 반찬, 그리고 꾸밈없는 주인 자매의 따뜻한 정때문에 나는 대추나무집을 찾는다.
대추나무집의 등심구이는 1인분 8천5백원이다. (0431)56-2322.
송주당

<청주시 도시계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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