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FA컵 '왕중왕' 등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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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가 아마.프로를 통틀어 한국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FA(축구협회)컵의 주인이 됐다.

전북은 3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A컵 결승전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연장전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 우승컵과 함께 1억원의 상금을 차지했다.

2000년 챔피언 전북은 3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며 1996년 대회 창설 이래 두차례 우승한 첫번째 팀이 됐다. 최우수선수상은 전북 에드밀손에게 돌아갔다. 결승전다운 멋진 경기였다. 전북이 두 골을 먼저 넣으며 달아났지만 전남의 뒷심도 만만치 않았다.

전북은 전반 9분 서혁수의 크로스에 이어진 에드밀손의 선제골로 앞서가며 기세를 올렸다.

이번 대회 8강전과 준결승전에서 먼저 골을 넣고 골문을 틀어막아 1-0의 승리를 거둔 전북이기에 선제골은 우승 보증서처럼 보였다. 전북은 후반 2분 카를로스의 크로스를 에드밀손이 발만 갖다대 추가골로 연결했다. 전북 조윤환 감독은 승리를 예감한 듯 두팔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 K-리그에서 전북과 네차례 모두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던 전남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6분 비에라의 코너킥을 받은 미셸이 발리슛을 날렸다. 전북 골키퍼 김이섭이 쳐냈으나 신병호가 머리로 받아 골문 안으로 넣었다. 불과 4분 뒤 신병호는 김홍철의 크로스를 다시 헤딩슛, 기어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 전.후반까지 1백20분 간의 혈전에서 승자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피말리는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선축을 잡은 전북은 첫 키커 페르난데스가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전남 첫 키커 김도근의 발을 떠난 공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퉁겨나갔다. 불안한 전남의 출발은 전북 세번째 키커 박재홍의 실축으로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전북 골키퍼 이용발은 전남 세번째 키커 이영수의 슈팅을 다이빙하면서 막아냈다. 부천 SK와의 준결승전에서 눈 위가 찢어져 반창고를 붙이고 나온 이용발은 '반창고 투혼'으로 전북 우승을 이끌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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