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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천보 경음악단」일 공연을 보고|「개방」「주체」두얼굴보인 북한음악|화려한 옷차림·전자악기 동원 "변신"|흥겨운 비트음의 『수령님…』 노래는 어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는 전야인 17일 동경에서는 북한 보천보경음악단과 여자인기가수 5명의 화려한 일본데뷔공연이 있었다.
음악단 이름은 김일성의 항일전적지로 이름난 「보천보」에서 따왔지만 이날 공연은 일본과의 국교정상화교섭을 촉진하자는데 주목적이 있어 시종 친일본적인 우호무드.
○…북한젊은이들 사이에 최고의 우상가수로 꼽힌다는 전혜영은 자신의 히트곡 『휘파람』을 부른뒤 일본노래 『오카상』(어머니) 『담배파는 아가씨』를 유창하게 불러 일본관객들의 우레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날 참가한 가수들은 공훈배우 김광숙을 비롯, 전혜영·이분희·이경숙·조금학등 모두 20대의 젊은 세대들이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평노학생소년예술단원으로 활약, 외국구경을 한 경력때문인지 무대매너가 세련된 편이었다. 종래 북한의 예술인들이 대체로 전통한복을 다소 화려하게 차려입었던데 비해 어깨를 완전히 드러내는 등의 화려한 옷차림에다 전혀 어색하지 않은 태도로 자신의 히트곡과 일본유행엔카(연가)를 번갈아 불렀다.
1천3백여명의 관객들은 자신이 아는 일본엔카가 나올때마다 더욱 환성을 올리며 따라부르기도 하는등 흥을 돋웠다.
북한가요하면 으레 항일혁명가를 군가식으로 합창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하나의 「경이」였으며 북한도 이제 국제정세 격변에 따라 개방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15명으로 구성된 보천보경음악단은 6년전에 발족한 북한 최초의 현대판 팝 앙상블. 남성연주자 전원이 신시사이저등 일제전자악기를 사용,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뿅짝」(트롯)풍의 대중가요를 「자기식으로」 연주하는 전문악단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귀에 익숙하지 않은 노래제목이나 가사를 접할 때는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솔직한 입장이다.
남성악단전원이 참자한「수령님 은덕일세」와 5명의 가수가 합창한 「행복 넘쳐라 나의 조국이여」「장군별」같은 노래는 대중가요라기보다 정치걱 색채가 뚜렷한 선전곡이었다
「나라의 쌀독이 가득 넘치니/집집마다 웃음이요 사람마다 기쁨일세/이게 모두 뉘덕인가/어버이 수령님의 크나 큰 은덕일세/아 노래 부르세/수령님 그 은덕을 천만년 노래하세」(「수령님 은덕일세」 가사일부).
흥겨운 비트음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
공연후 취재에 열을 올렸던 일본기자들은 「역시 알수없는 나라」라는 표정이었다.
【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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