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학생에 써 달라" 유언|유산 9천만원으로 고향에 장학금 치과의사 고 조용진 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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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노환으로 숨진 한 치과의사가 불우한 학생들의 학비로 써 달라며 유가족을 통해 고향마을의 초·중학교에 장학금 6천만원을 보내고 종친회 장학금으로 3천만원을 기탁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충정로2가164동화치과 의원을 운영해 온 조용진 옹(79·사진)은 지난5일 운명하기에 앞서 부인(74)과 큰아들 우영씨(55·미국캘리포니아거주·치과의원경영)에게 『내가 평소 저축해 놓았던 9천만원을 어릴 때 살던 고향의 불우한 어린이들과 종친회의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보내 달라』고 유언했다.
우영씨는 선친의 이같은 유언에 따라 17일 충남부여군 세도면화수리를 방문, 아버지의 모교인 세도국민학교·세도중학교에 3천만원씩 6천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고 종친회에도 선친의 호를 따 우강 장학회를 설립, 3천만원을 기탁했다.
부여군세도면화수리에서 태어난 조 옹은 1925년 세도국민학교를 2회로 졸업, 개성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대를 나와 서울에서 치과의원을 개원, 인술을 펴 왔다.
조 옹은 2남3녀를 두었으며 현재 3녀 혜영씨(40·서울 상계백병원 의무기록실장)를 제외한 2남2녀는 미국에 살고 있다.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장학금을 전해주기 위해 아버지의 고향을 찾은 우영씨는 『평소 아버님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 고향얘기를 자주 하셨다』며 『고인의 뜻대로 불우한 어린이들의 학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전해 받은 세도중학교 원의자 교장은『추석을 앞두고 이같이 정성어린 장학금을 받고 보니 너무 고맙다』며『고인의 깊은 뜻을 헤아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향학열에 불타는 학생들에게 큰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도록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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