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밖] 신의 물방울, 배용준이 받아 마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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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와인을 다룬 일본만화 '신의 물방울'(아기 다다시 지음, 학산문화사)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만화계의 '변방(邊方)'으로 여겨졌던 중년남성까지 파고들었다. 와인 접대가 많은 CEO는 물론 일반 직장인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이쯤 되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법하다. 영화 '타짜' '미녀는 괴로워'는 물론 드라마 '궁' '다모' 등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흥행에 절대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방한한 저자 아기 다다시 남매까지 "드라마를 만든다면 송승헌과 배용준이 주인공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만화가 국내에 소개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드라마 작업을 진행하는 곳은 현재 없다. 몇 차례 시도는 있었지만 모두 검토 단계에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방송위원회 심의규정의 간접광고(PPL) 규제 때문이다.

예컨대 원작에 따르면 실제 와인 제품이 등장하는 건 불가피하다. 내용 자체가 실제 와인에 대한 각종 정보로 채워진 까닭이다. 따라서 아무리 그럴듯하게 가공의 제품을 만들어내도 원작의 맛을 살릴 수 없다. 또 PPL 논란을 피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모자이크 처리'도 별 소용이 없다. 거의 모든 컷마다 와인이 등장해야 하는 터라 화면 대부분이 뿌옇게 뒤덮일 수 있다. 학산문화사 관계자는 "국내 유수의 프로덕션을 포함, 10여 곳의 제작사가 드라마화를 위해 일본 측과 접촉했다가 모두 그만뒀다"며 "대신 충무로에서 영화로 만들려는 움직임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드라마 '신의 물방울' 제작은 잠시 보류된 상태다. PPL 때문은 아니다. 현재 후지TV 등 각 방송사에서 드라마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나 저자 쪽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한 까닭이다. 핵심은 한류(韓流) 스타 배용준의 출연이다. 저자들은 "주인공 중 한 명인 도미네 잇세의 이미지를 배용준에게서 따왔다"며 배용준에게 '러브 콜'을 보냈지만 드라마에서 배용준이 맡을 만한 역할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배용준의 서툰 일본어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배용준을 위해 원작마저 수정할 뜻을 비쳤다. 5월께 방영될 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에 한창인 배용준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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