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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은 「블랙리스트」공방(국감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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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무·노동위/“정부 개입으로 작성된 것”/야당/“잘 모르는 일” 발등의 불 꺼/경찰/
부산 금호상사의 블랙리스트 8천여명 컴퓨터 디스켓사건은 이번 국정감사기간내내 내무·노동위의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17일 노동위의 서울지방 노동청 감사와 내무위의 부산경찰청 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예기치 않은 호재를 최대한 대 정부공세로 연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야측은 블랙리스트의 작성경위 및 목적,작성자 등의 의혹을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블랙리스트 작성에 정부의 개입쪽으로 혐의를 몰아가 정부·여당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김충조 의원(민주)은 (주)금호상사에서 지난해 6월13일 컴퓨터디스켓에 입력시켜 보관했던 블랙리스트 22장을 재빨리 입수해 감사장에서 공개한 뒤 『신발제조업체에서 무슨 방법으로 이같은 정보사항을 소상하게 수집할 수 있겠는가』라고 추궁.
이영권·이찬구 의원(민주)도 『오래전부터 노동계와 학생들 사이에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요주의인물 명단이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경찰의 개입사실을 시인하라고 다그쳤다.
야당측은 7개 항목으로 분류된 명단의 특기사항란에는 『▲해고경력 ▲위장취업 여부 ▲출신학교 및 서클활동 ▲시위관련 여부 등은 물론이고 출입하는 교회·성당의 이름 등 종교관계와 교우·친지관계 등 고도의 정보사찰 없이는 밝혀낼 수 없는 사항들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전제,『이것만 봐도 경찰이나 정보기관의 자료로 작성됐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주장.
이같은 야측의 몰아붙임에 민자당의 홍희표 의원은 『운동권내부에서 이탈을 막기 위해 명단을 작성해 회사 노무관계자들에게 배포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 부분도 함께 수사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도 안되는 논리로 경찰측을 엄호했다가 빈축만 샀다.
박일용 청장은 『경찰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으며 본인도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고는 큰 충격을 받은 게 사실』이라며 『경찰은 평소에 보도된 것과 같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지도 않았고 만들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작성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부인.
박청장은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노동운동 탄압과 관련한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의법조치하겠다』고 다짐해 일단 발등의 불을 진화했다. 그러나 야당측은 이 문제를 이번 국회에서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사실규명 여하에 따라서는 상당한 파장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부산=조광희기자>
◎건설위/“토개공 땅 장사” 국감 단골메뉴/“5년간 개발이익 1조1천억원” 추궁/“도시서 남겨 공단등에 원가공급” 해명
정부가 지난 79년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는 부동산가격에 대한 대응책으로 「부동산투기 억제와 지가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에 따라 설립한 토지개발공사가 국정감사때마다 땅장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업용지·대규모 주택단지의 적기안정공급이라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설립목적과는 반대로 부동산가격 상승을 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
17일 토개공에 대한 국회건설위 감사는 의원들이 한결같이 땅투기문제를 신랄하게 추궁했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캐내지 못하고 토개공측이 이를 적극 방어하는 바람에 무위로 끝났다는 평이다.
또 해외토지개발에 눈을 돌린 토개공의 교섭자세에 대한 의문도 제기돼 앞으로의 문제를 남겼다.
17일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진행된 감사에서 이협 의원(민주)은 지난 86년부터 90년까지 5년간 토개공이 남긴 개발이익이 1조1천여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내용도 86년 6백56억원,87년 8백11억원,88년 1천3백92억원,89년 1천9백73억원으로 해마다 이익이 급증하고 있으며 92년부터 96년까지는 2조4천8백억원의 개발이익이 예상된다는 것.
이의원은 『이같은 사실은 토개공이 ▲택지 및 공업용지공급을 빙자해 고리의 땅장사를 한 것 ▲싼 값에 매입,개발한 뒤 비싼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시세차익과 지가상승을 유발시킨 것 ▲서민·저소득층·중소사업자에게 공정한 용지공급을 하지 못한 것을 의미하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김광일 의원(무소속)은 이를 좀더 구체화해 지난 79년부터 일반으로부터 토지를 매입해 되팔아 챙긴 판매차익만 1천90억원이 된다고 「순수 땅장사」 이익액수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영진 토개공 사장은 여야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최근 신도시 개발등에 따른 각종 보상의 확대와 지가상승에 따른 보상가의 상승으로 91년 이후 예상개발이익은 투자비의 10% 수준에 머무르는 등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전제하고 개발이익의 명세 및 사용처를 자세히 설명.
그는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상업용지에서 개발이익이 남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공단·도로·공원용지,또는 중소도시 등 민간자본이 투자하기 어려운 곳에 원가로 공급하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이해를 촉구했다.
그러나 김영도 의원(민주) 등이 제기한 ▲선경·한일합섬·한진·현대·쌍용그룹 등이 일부 비업무용 토지를 토개공에 매각약속 해놓고도 여전히 협상에 불응하고 있으며 ▲특히 3년안에 업무용전환을 전제로 유공측에 매각한 인천시 중구 항동의 1만여평 토지가 5년이 지나도록 미사용토지로 방치돼 있는데도 환매권(강제로 다시 매입할 권리)을 발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재벌기업에 약한 토개공의 모습이라는 지적이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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