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촛불 설치조각전 여는 이갑열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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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현장마다 등장하는 촛불이 희생과 침묵을 상징하는 촛불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1일부터 5일까지 경남 진주시 중안동 내고갤러리에서 촛불 설치조각전을 여는 조각가 이갑열(56.경상대 미술교육과)교수의 작품 기획 의도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회 때 얼굴 모양 초를 하나씩 받아들고 직접 심지에 불을 붙인 뒤 눈 부위부터 구멍이 뚫리면서 해골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그는 "스스로 몸을 태우면서 사라져가는 초를 통해 침묵 속에서 상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사회 갈등을 줄이는 방법임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장 가운데는 李교수가 자신의 몸을 본떠 만든 알몸 형태의 대형 초가 눕혀져 있고, 주변에는 얼굴 모양의 2백50개 초가 둘러싸고 있다. 알몸 초에는 코.얼굴.입.가슴.배꼽 등 아홉곳에 심지가 있어 몸을 태운다. 그는 알몸 초를 만들기 위해 벌거벗은 자신의 몸에 석고와 실리콘을 부은 뒤 파라핀을 녹여 본을 뜨는 5시간 동안 꼼짝않고 누워 있어야 했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李교수는 1983년부터 경상대 교수로 재직했다. 97년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되는 등 20여차례 초대전에 참가했다. 이번 개인전은 10회째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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