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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송일국 "깊은 내면 연기 보여드릴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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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김두한)와 어머니(김을동) 후광이 부담스러워요. 내가 뭘 잘못하면 나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머니.할아버지까지 욕을 먹으니까요."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연기로 일가를 이룬 어머니 김을동씨가 여전히 '장군의 딸'로 불리는 마당에 경험이 일천한 젊은 연기자 송일국(32)씨가 어떻게 벌써 그 후광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첫 일일극 주연작이었던 아침 드라마 '인생화보'(KBS)는 물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보디가드'와 '장희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음에도 아직은 송일국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 '김을동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시청자들에게 더 친숙한 것을.

송일국은 MBC의 창사특집극 3부작 '사막의 샘'(17~19일, 연출 이은규.극본 선경희)에서 주인공 기현 역을 맡아 인희 역의 장신영과 함께 해방공간에서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사랑이야기를 선보인다. 시대극인데다 기현의 성격이 내성적으로 설정돼 있어 그 어떤 때보다 깊은 내면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멋있는 장면도 있지만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주저하고 갈등하는, 우유부단하면서도 설득력있는 눈빛 연기가 더욱 요구되는 역할이다.

배경이나, 대학 때 전공(연극영화과)을 보면 어릴 때부터 연기자를 꿈꿔왔던 사람 같지만 정작 본인은 모든 게 우연이란다.

"어릴 땐 연기자라는 직업을 혐오했어요. 항상 집에 어머니가 안 계신 게 너무 싫었거든요. 여동생이랑 둘이서 맨날 '우리는 배우는 하지 말자'고 다짐할 정도였으니까요. 전공도 무대미술을 하려고 했던 거지 연기를 꿈꿨던 건 아니에요."

그래서 운명이란 말이 나오는가 보다. '용의 눈물'에 출연 중인 어머니를 촬영장에 태워드리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유동근의 말 한마디가 송일국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내가 네 조건이면 배우하겠다"는 말에 MBC 공채시험을 보게 됐고, 덜컥 붙었다. 이렇게 얼떨결에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그 세계에 푹 빠져 산다. '사막의 샘'촬영이 끝나면 곧 MBC 일요 아침 드라마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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