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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만에 하는 10억원짜리 쇼핑

중앙일보

입력

"삼성을 만든 이병철 회장의 초대 운전 기사는 위대식이다. 그는 임원에 해당하는 수석부장까지 오른 인물로 이 회장의 총애를 받았다. 주식도 많이 받아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생활을 했다.

6.25 전쟁 때의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이병철 회장은 부산으로 출장 중이었고 가족들은 미처 피난을 가지 못했단다. 그러니 이병철 회장이 얼마나 애를 태웠겠는가. 가족들은 지금의 송파구 쪽으로 피난을 가고 이를 보살핀 사람이 바로 위대식이었단다.

인천에 있던 삼성물산 창고의 물건을 인민군에게 뇌물을 주고 빼오고 이를 암시장에서 처리하고 그 돈으로 가족과 임원들을 보호한 것이다. 모두 목숨을 내건 행위였다.
 
이병철 회장은 원래 대구에서 사업을 했다. 조선양조, 삼성상회 등이 그것이고 거기서 월계관과 삼성사이다 등을 판다. 그러다 서울로 올라오면서 이 사업을 이창업이란 사람에게 맡기고 수년간 전혀 돌보지 않는다.

보고도 받지 않고 알아서 하라고 맡긴 것이다. 나중에 이병철 회장이 대구로 피난을 가자 그 동안 사업을 맡고 있던 이창업은 그간 벌은 돈이라며 3억원을 내 놓고 이 돈으로 삼성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
 
삼성에서 오랫동안 운전을 했던 기사분에게 들은 얘기이다. 위대식과 이창업, 참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다. 이들이 무슨 리더십 교육을 받았을까. 방향설정이 무엇이고, 임파워먼트가 무언지, 리더의 역할이 뭔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을까. 아마 아무 교육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제대로 된 사람을 뽑은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재 양성 때문에 고민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은 많지만 쓸만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한다. 쓸만한 친구는 몇 년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얘기도 한다, 전문성은 있지만 리더십이 부족해 부하들을 이끌지 못한다는 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은 리더십 교육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일선에서 리더십 교육을 활발히 하는 필자는 이런 생각을 종종 한다.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리더십 교육을 시키는 것이 정답일까?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에게 리더십 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그런다고 저런 사람이 나아질까?"

물론 교육을 통해 조금 나아지긴 할 것이다. 교육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열정 없이, 아무 갈증 없이 그저 회사에서 가라고 하니까 와서 지루한 얼굴로 앉아 있는 사람 또한 많다. 저런 사람들은 직장에서도 비슷한 얼굴로 앉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리더십 교육을 하는 것은 하는 기업도, 받는 사람, 강사도 모두 손해일 뿐이다.
 
조직이 올바른 성과를 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리더십의 요체는 어떤 것일까. 바로 채용이다. 올바른 사람을 뽑는 것이 리더십의 첫 단추이다. 이병철 회장이 경영에 성공한 것도 채용에 관한 한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채용이 가장 중요합니다. 버스가 어느 방향으로 갈 지 보다 버스에 어떤 사람을 태울 지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올바른 사람을 태우면 다른 것은 별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사람을 태우면 사사건건 문제가 됩니다. 문제가 되지 않을 것도 문제가 됩니다. 비전이고 동기부여 소용없는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채용입니다." 채용의 중요성을 다룬 'First, Break all the rules'에 나온 대목이다.
 
리더십은 결국 채용이다. 채용이 알파요 오메가이다. 채용을 잘 하면 나머지 부분이 조금 약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채용에서 실패하면 다른 것을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다. 근데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 사람이 쓸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최고의 단계에 올라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관리자가 되려면 채용에 많은 열정을 쏟아야 한다. "인재를 확보하고 계발하는 것이나 금을 캐는 것이나 똑같다. 금 1 온스를 캐내려면 수 톤의 흙을 파내야 한다. 흙을 파낸다고 해서 우리에게 흙이 필요한 건 아니다. 우리는 금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지그 지글러의 얘기이다.
 
채용을 잘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대충 뽑고 일 잘 하길 기대한다. 면접에 10분 정도를 투자하고 그 사람의 잘못을 교정하는데 5000시간 정도를 쓴다. 모리타 아키오 소니 전 회장은 이렇게 주장한다.
 
"직원 채용은 중요한 쇼핑이다. 가령 한 직원이 정년 퇴직할 때 까지 10억원을 받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회사에서 한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당연히 10억원 짜리 물건을 사는 셈이 된다. 이것은 상당한 고가이기 때문에 함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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