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과의 경협은 "소걸음으로"|한준호<동력자원부 자원개발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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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몽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습이 꼭 우리와 비슷해서 뿐 아니라 그들의 생활·문화종교 등이 과거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각 언론에 특집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25일 7박8일간의 일정으로「제1차 한-몽골 자원조사단」을 이끌고 몽골을 다녀왔다.
몽골이 발전소 운영과 자원개발에 필요한 기술지원을 우리에게 요청해 옴에 따라 조사단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몽골은 인구가 2백만 명에 불과하지만 남북한을 합한 한반도의 7배나 되는 넓은 면적에 풍부한 지하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다.
구리·형석·몰리브덴의 세계적 산지며 석탄 매장량은 고비사막남쪽 달라니아가드 한곳만도 50억t에 달하고 있다.
조사단이 방문한 바가놀 탄광(수도 울란바트르에서 1백30km 떨어진 곳)은 연 4백만t을 생산하는 노천탄광으로 지하 몇백m, 심지어 1km이하로 뚫고 내려가야 하는 우리나라 탄광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또 석유 부존 가능성도 높아 미국·일본 등 석유개발회사들이 몽골 고비사막 북부 지역에서 탐사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몽골은 이같은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요즘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날 폐쇄정책에 대한 자생과 경제를 가꾸려는 열의는 대단했으나 무엇보다도 소련 기술진이 철수하고 난 연후 기술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었다.
바가놀 탄광과 울란바토르 화력발전소의 시설 및 장비 모두가 소련 제이지만 소련으로부터 기술지원은 물론 부품공급까지 끊어져 정상가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몽골이 우리에게 기술지원을 요청해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번 조사단 방문을 계기로 내년부터 대외협력기금(EDCF)에서 1천만달러를 할애, 부품공급과 기술지원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원시상대로 지천에 깔려 있는 자원의 공동개발 등 경제협력도 관심을 갖고 추진할 계획이다.
몽골은 인구부족 때문에 노동력확보가 어렵고 외환부족, 사회간접시설취약, 통신망 미비 등으로 투자환경이 썩 좋지 않다.
게다가 몽골에서 중국 천진 항까지는 2천km, 소련 하바로프스크 항까지는 5천km나 돼 운송비를 계산하면 지하자원을 개발하더라도 현재로선 경제성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소련·중국과의 3각 교역 중심지로, 또 동구권국가에 대한 우회수출기지로의 활용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역사적으로 인연이 깊고 세계에서 우리와 가장 흡사한 사람들이 사는 몽골과의 경제협력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먼 장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차분히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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