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 유골 안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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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황혼무렵 우리 일행은 시내산밑의 성 캐서린 수도원에 도착했다. 이곳은 순교한 알렉산드리아 귀족가문의 여성을 기념하여 세운 오래된 수도원으로 불타는 떨기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교회 내부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모자이크 벽화들과 수많은 해골을 쌓아 둔 납골당이 있었다. 최초의 수도사인 스테파노로부터 이곳에서 수도하다가 죽은 수도사들의 유골을 안치해 둔 곳이라고 했다. 문득 이같은 곳으로 이탈리아 로마시내에 있는 해골성당이 생각났는데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두곳 모두 이방인의 눈에는 섬뜩한 감정이 앞섰다.
옛날 미디안 광야에서 양을 치던 모세는 오늘날 시내산으로 추측되는 호렙산에서 가시나무 떨기의 불꽃을 보고 다가가다 야훼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모세는 여기에서 출애급의 사명을 받았고 또 여기에서 십계명을 받았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에서는 시내산을「거룩한 산」으로 여긴다고 했다.
저녁 무렵의 시내산은 지는 태양에 붉게 물들어 장엄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골이 진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이 바위산은 우리나라 산처럼 아기자기한 맛은 없었고 눈덮인 유럽 알프스 산처럼 화려함도 없었다. 험악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족한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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