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대입지원 추세/전문대·기술학원에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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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들어가기 쉽고 취업잘돼 “일석이조”/30%가 4년제대학 진학포기/올 취업 4년제 졸업 65,전문대는 87%
대학입시가 다가오면서 4년제대학을 기피하고 전문대를 지원하거나 각종 기술학원을 찾는 고3 수험생·재수생이 급증하고 있다.
12일 서울시내 고교 및 입시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3 및 재수생의 30% 가량이 4년제대학 진학을 포기한채 보충수업을 통해 전문대 입시특강을 받거나 입시계 학원의 전문대반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4년제대학 졸업자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반면 전문대 졸업자의 취업률은 크게 상승한데다 기술직종의 임금상승률이 사무직종을 크게 상회,학생들간에 「학벌보다 기술」이란 인식이 보편화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91학년도 2월 졸업기준 4년제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64.5%였으나 전문대 졸업생은 86.6%를 기록했으며 전문대의 이같은 취업률은 ▲87년 74.7% ▲88년 76.3% ▲89년 79.4% ▲90년 82.9%로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현재 고교3학년의 교육과정이 고교 2학년과 달라 재수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대지원 급증=서울 H고교의 경우 한학급 60명중 평균 20여명이 4년제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전문대를 준비하고 있으며 Y고교는 학급당 25∼30명이 전문대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자체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보충수업도 분리,4년제대학 준비학생은 9개 과목을 모두 가르치는 반면 이들 학생들에게는 전문대 입시에 필요한 5개 과목만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같은 전문대 선호현상은 재수생에게도 뚜렷,서울 신설동 K학원은 지난해 9월 8개반(8백명)의 전문대반을 운영했으나 올해는 5배가 늘어난 40개반으로 증설,운영하고 있다.
또한 시내 입시계학원 30여개소도 9월부터 전문대특별반 2∼3개를 신설,운영하고 있다.
서울사대부고 백정 교무주임은 『2∼3년전부터 전문대 선호현상이 나타나기 시작,올해들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며 『특히 처음부터 4년제대학을 포기하고 전문대를 준비하는 것은 대졸실업·기술직우대 등 사회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기술학원 수강붐=서울 종로 D자동차 정비학원은 지난해 8월에는 고교 졸업예정자·재수생 등 60여명이 수강했으나 올해는 50% 늘어난 90명이 수강하고 있다. 또 서울 한강로 S중장비학원은 지난해보다 20% 가량 늘어났다.
4년제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중장비운전을 배우고 있다는 김모군(18·서울 C고3)은 『대학진학이 성적상 어렵고 공부가 적성에 맞지않아 중장비기술을 배워 바로 취업할 생각』이라며 『한학급에서 기술학원을 다니는 친구가 5명가량 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기계·디자인·컴퓨터 등 기술학원 수강생이 8월말 기준 전년대비 13%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고 곽한철 교장은 『4년제대학의 수용능력 한계와 기술인력에 대한 사회적 요청으로 앞으로 4년제대학 진학희망자는 크게 줄고 전문대나 기술습득을 통한 취업이 급증할 것』이라며 『현재 고학력 실업이 늘고있는 추세를 감안,학생들이 현실적이며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규연·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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