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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천만원 술장사/2백만원 매상 신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룸살롱 탈세」 국세청직원도 놀라/기습 입회조사서 탈법 재확인/10시되자 방마다 꽉차 흥청망청/“쥐꼬리 수입” 버젓이 기재
향락과 사치의 뒤에는 언제나 지하경제가 있다.
예컨대 서울 강남의 룸살롱은 그저 단순히 비싸기만한 유흥의 장이 아니다.
거기엔 매일 밤 기업의 변칙 접대비 지출이 있고 외형을 줄이기 위한 2중 장부가 있다.
돈을 쓰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음성소득과 탈세가 없다면 그토록 비싼 소비행태를 그렇게 흔히들 꾸려갈 수는 없다.
10일 밤 국세청 직원 5명이 기습 입회조사를 나간 서울 강남 「특허청골목」의 H룸살롱,그 이웃의 M룸살롱 등은 과소비로 지칭되는 현 사회의 기풍이 상당 부분 음성소득과 탈세에서 비롯됨을 새삼 확인시켜 준 현장이었다.
밤 8시 정각­.
H룸살롱 14개의 방중 4방,M룸살롱 27개의 방중 10방에는 이미 손님이 들어있었다.
밤 10시쯤에는 거의 모든 방이 밴드소리와 함께 손님들로 북적댔고 이때까지 H룸살롱이 손님방에 들여보낸 술은 양주 큰 병 19개,안주는 방당 평균 2∼3개씩이었다.
술 한병에 10만원을 잡고 안주 하나에 4만원으로 치더라도 이 업소는 벌써 2백만원이 훨씬 넘는 매상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이 업소관계자는 『한달 외형이 3천4백만∼3천5백만원으로 한달간 영업일수를 25일로 잡아 하루평균 1백50만원 안팎의 수익을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세청에 실제로 신고한 수입금액은 4억5천만원.
지하1층·지상2층 빌딩에 모두 27개의 대·소형 룸을 갖춘 M살롱 관계자도 하루 평균 매출이 줄잡아 2백만원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또 판매대장에는 올들어 썸싱스페셜·패스포트는 한병도 안판 것으로 돼있다.
이 업소가 지난해 국세청에 신고한 수입금액은 8억여원.
그러나 삼성동에 있는 방 8개짜리 O룸살롱의 지난해 수입금액이 15억여원인 것과 비교하면 누가 보아도 상식이하다.
이처럼 10일밤 전국 6대도시 3백82개업소에 국세청 직원들이 직접 나가 수입금액을 일일히 챙겨본 결과 서울의 5개 나이트클럽은 신고금액의 3.5배,5개 룸살롱은 신고금액의 2.2배씩을 팔고 있었다.
또 국세청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비교적 덩치가 크다는 유흥업소(특별소비세과세대상) 3천4백48개소는 지난해 업소당 하루평균 3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렸다고 신고해왔다.
고객들이 많이 몰려 호황을 누리면서도 건물 임대료에도 못미치는 수입금액을 버젓이 신고해오는 경우가 많다는게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유흥업소가 「세정의 사각지대」임을 말해주는 단적인 예다.
흥청거리는 밤의 유흥가,아무리 향락과 과소비가 번진다해도 세금만 제대로 내고 장사한다면 뭐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날 국세청의 입회조사에서 보듯 유흥업소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번만 실시해도 엄청난 액수의 탈세사실이 드러난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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