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일방 인상, 패키지 채널 줄이기 … 거대 SO 독점횡포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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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김모(37)씨는 2005년 초 입주 때부터 지역 케이블 TV 업체와 아파트 주민들의 단체 계약에 따라 월 3000원에 30여 개 채널을 즐겼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 갑자기 케이블 TV 업체가 단체 계약을 개별 계약으로 바꾼다며 가격을 두 배로 올렸다. 화가 치민 김씨는 케이블 TV를 끊으려고 했으나 지상파 TV 화면이 잘 안 보여 꾹 참고 있다.

부산에 사는 맞벌이 주부 최모(44)씨는 회식이나 야근 때문에 주로 케이블 TV를 통해 드라마를 챙겨 본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케이블 TV 업체는 최씨가 가입한 월 4000원짜리 패키지 상품에서 MBC와 KBS의 드라마 채널을 빼버렸다. 최씨는 하는 수 없이 월 1만원짜리 패키지에 새로 들었다.

최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system operator)와 복수 SO(MSO.multiple system operator)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빚어진 독과점 폐해들이다.

◆독점 커진 SO=공정위에 따르면 케이블 방송사의 지역 독점을 허용하는 방송정책에 따라 수신 요금이 대폭 오르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SO들은 이미 전국 77개 방송 구역 중 57개 지역에서 독점력을 확보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MSO들이 유료 방송 가입자가 80%에 이른 2005년 말에 본격적으로 수신료를 올리기 시작했다"며 "서울 일부와 충북 지역을 장악한 한 MSO는 요금을 최고 257%나 올렸고 부산의 일부 지역에서도 수신료가 최고 164%나 올랐다"고 말했다. MSO들은 이외에도 ▶드라마.스포츠.영화 등 인기 채널을 저가 패지키에서 제외하거나▶최저가 상품을 형식적으로 운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요금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재 나선 공정위=공정위는 최근 SO간의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이 같은 유선방송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확인하고 방송위 등과 협의해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19일 MSO인 CJ케이블넷의 충남지역 케이블방송사(충남방송.모두방송) 인수에 대해 ▶2010년 말까지 수신료 인상 제한▶단체할인 거부 금지▶패키지 상품 제한 금지 등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번 조치로 앞으로 SO 간 인수합병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에도 HCN의 대구 지역 케이블 TV 인수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원준 공정위 시장감시본부장은 "14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유료 TV 가입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앞으로 시장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MSO들의 수신료 인상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며 "케이블 TV 업체의 수입원 중 이미 인터넷 사업과 TV 홈쇼핑 수수료 수입이 40%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경우 수신료가 500~1000원으로 턱없이 낮다"며 "지나치게 낮았던 수신료를 현실화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반박했다. 한 MSO 관계자도 수신료 인상에 대해 "프로그램 이용료가 올랐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할 준비도 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SO, MSO란=지역에 기반을 두고 보유한 망을 통해 프로그램을 지역주민들에게 서비스하는 회사가 유선방송사업자(SO)다. SO들에게 영화 채널.드라마 채널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사업자를 PP(program provider.방송채널사용사업자)라 한다. 최근 일부 SO들은 다른 지역의 SO나 PP를 인수.합병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들을 M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라 하는데 CJ케이블넷과 C&M 등이 대표적이다.

윤창희.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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