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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단 일원 찰스 W 메인즈씨 미지에 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한을 더이상 궁지로 몰지말자”/미는 한반도 냉전정책 벗어야/대화창구 격높여 개방 유도 바람직
북한이 국내외갈등을 외교정책변화로 해소해야 하는 필요때문에 일본과 아울러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미정책관계자들중에 북한의 유엔가입을 계기로 대북한관계개선을 적극 실현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봄 미 아시아협회 평양방문단에 포함됐던 찰스 W 메인즈씨(미 외교정책전문지 「포린폴리시」편집장)는 최근 미 시사주간지 「내이션」에 실린 기고문에서 더이상 북한을 궁지에 모든 것은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다음은 미국의 대북한정책흐름을 예고하는 듯한 메인즈씨의 기고문 요약.<워싱턴=문창극특파원>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빙하의 덫에 걸린 맘모스 같다.
소련이 한국과 수교하고 중국도 서울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했으며 일본도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위해 대화에 들어갔는데 주변 4강국중 유독 미국만이 변화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남북대화에 성실히 임해야 하고 핵안전협정을 준수해야 하며 더이상 반미선전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걸고있다.
또 김일성이 우상화 정책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알바니아와 같이 형편없는 나라는 아니다.
평양을 방문한 많은 외국인들은 평양시내의 아름다움과 그들 나름대로 이뤄낸 발전에 놀라기도 한다.
북한이 계속 대결정책으로 나오는데는 그들이 당면한 어려운 문제들 때문이라고 보는 측도 있다.
작년 북한은 흉작으로 수확이 50∼60% 줄었으며 이로인해 쌀배급이 1인당 하루 7백g에서 2백50g으로 줄었다.
또 소련이 북한에 수출하는 원유에 대해 경화를 요구하고 있고 가뭄으로 수력발전을 못해 심각한 에너지부족을 맞고 있다.
공군부대근처인데도 비행기 뜨는 소리를 들을 수 없고 길을 다니는 자동차를 보기 힘들며 주요건물은 낮동안은 전력공급이 중단된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이러한 어려운 지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북한을 조금만 더 밀면 동구와 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있다.
그러나 북한을 더 이상 궁지로 몰아세워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다.
궁지로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 상황이 매우 위험해 질 수 있다.
북한의 급속한 몰락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멸망을 바라는 한국관리들도 조기통일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고있다.
통독의 예를 보더라도 서독에 비해 인구나 경제력 면에서 훨씬 뒤진 한국이 지금 북한을 떠맡을 능력이 없다.
북한을 더이상 궁지로 몰지않아야 하는 다른 이유는 북한스스로가 지금까지의 자급자족의 경제체제와 대항체제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한국정부에 발목이 잡혀 북한에 대해 냉전적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련이 북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국교정상화를 했듯이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베이커국무장관은 이번 유엔총회장에서 북한외교부장을 만나야 하고 유엔주재 북한대사와 미 고위급인사간의 정기적인 대화채널이 열려야 한다.
북한이 핵안전협정에 서명하면 미국은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해야 한다.
미국과 북한간 대화의 격을 높여야하는 이유는 핵위협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핵정책도 변화해야 한다.
미국은 중·소와 협력하여 한반도의 비핵화정책에 앞장서야 한다.
이제 미국의 정책목표가 한국으로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는 소극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북한을 세계의 일원으로 끌어내어 남북한이 책임있는 정부로 행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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