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미군기지 공방 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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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원서 민족주의 명분 내세워 반대 결의/코라손은 군중대회 열며 회유작업 한창
필리핀주둔 미군의 철수가능성이 높아졌다. 비 상원외교위는 미·비협상으로 새로 마련된 군사기지협정에 대한 상원비준절차를 며칠 앞두고 협정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9일 채택한 것이다.
코라손 아키노 비 대통령은 구협정의 효력이 만료되는 오는 16일이전에 신협정의 비준을 얻어내기 위해 23명 전원이 외교위소속인 상원의원을 상대로 막바지 회유작업에 열을 올리는 한편,협정지지 군중대회까지 동원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피나투보화산폭발의 피해경험으로 보아 클라크 미공군기지를 더이상 존속시킬 수 없다고 판단,폐쇄한 대신 수빅만해군기지 사용은 10년간 연장하는 내용의 새 협정체결을 어려운 협상끝에 타결지었다.
필리핀으로서는 국민총생산의 6%에 이르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에 일부의 철군주장에도 불구,수빅만기지 연간사용료를 현행 4억8천만달러에서 2억3천만달러로 절반이상 대폭 줄인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상원반대파의원들은 『미군기지가 있는한 진실한 독립은 없다』는 민족주의론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이들은 민족주의적 명분외에도 새기지협정내용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이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공산게릴라 NPA(신인민군)도 비준이 거부될 경우 일방적 휴전을 선언하겠다고 발표하고나서 비준거부를 부추기고 있다.
민족주의적 명분을 내세우는 상원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군중을 동원하면서까지 기지존속을 실현시켜야 하는 아키노대통령의 지금 심정은 필리핀경제의 오늘을 대변하고 있다.
아키노대통령의 마지막 노력이 무산될 경우 약 90년간의 필리핀주둔 미군기지의 역사도 막을 내리게될 것이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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