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마케도니아공 “독립”/국민투표서 74%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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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번째 독립 추진… 연방 붕괴위기
【베오그라드·스코피에 로이터·AP·AFP=연합】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이 8일 실시한 유고연방으로부터의 독립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총유권자의 70%이상이 독립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마케도니아는 지난 6월25일 독립을 선언한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에 이어 세번째 독립선언 공화국이 됐으며 이미 붕괴위기에 있는 유고연방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고있다.
개표가 거의 끝난 9일 비공식집계결과 마케도니아공화국 국민들은 총유권자 1백30만명 가운데 74%가 독립을 지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오그라드 라디오방송은 이날 오전 부분개표결과를 전하면서 유권자 1백30만명중 70∼80%가 이번 국민투표에 참가했으며 그중 약 90%가 독립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선거관계자들은 마케도니아공화국 전체인구 2백10만명중 2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알바니아인들과 2.3%를 차지하는 세르비아인들이 이번 국민투표에 불참한 사실을 감안할때,이같은 개표결과는 투표에 참가한 거의 모든 유권자가 독립을 지지한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천명의 마케도니아공화국 국민들은 이날 국민투표결과가 발표되기 직전부터 수도 스코피에 중심가로 뛰쳐나와 밤늦도록 춤·노래·불꽃놀이를 즐기면서 축제분위기에 휩싸였으며 스코피에 중심가에는 한때 10만군중이 운집했다고 탄유그통신이 전했다.
마케도니아공화국 의회는 앞으로 수주일내에 공화국독립을 공식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세르비아에 합병 우려 선수/주권국연합 조건부… 해결실마리 될수도(해설)
유고연방 6개 공화국중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공화국에 이어 마케도니아공화국마저 독립의 길을 택함으로써 유고연방의 장래는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상태에 빠졌다.
8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마케도니아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독립을 지지했다.
이러한 사태진전은 마케도니아 인접국인 그리스와 불가리아의 태도 여하에 따라 「유럽의 화약고」발칸반도에 새로운 긴장요소로 작용할지 모른다.
마케도니아는 인구의 80%가 마케도니아인으로 이루어져 있고,종교도 여타공화국과 달리 마케도니아정교와 이슬람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등 색다른 민족·종교적 구성을 갖고 있어 19세기 이래 민족자결을 주장하는 세력이 꾸준히 존재해왔다.
이들이 다시 독립의 기치를 높이 치켜드는 데는 지난 6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한 것이 큰 자극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민족독립의 꿈을 간직해온 마케도니아인들은 연방내에서 가장 부유한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공화국이 떨어져나갈 경우 연방내 최대세력인 세르비아에 합병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도 현재 소련형태의 유고슬라비아 주권국연합에 참여하는 조건하에 독립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투표결과가 당장 독립선언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케도니아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연방에서 완전 분리,독립해 나갈 경우 연방을 탈퇴할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이러한 「조건부 독립」때문에 마케도니아의 독립이 유고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글리고로프 마케도니아 대통령은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독립선언으로 유고사태가 본격화될 때부터 주권국가 연합형태의 유고연방을 주장해왔다.
안테 마르코비치 연방총리등 개혁파들이 지지하는 이안에 이미 독립을 선언한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는 반대하겠지만,현재로서 유고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안으로 유럽공동체(EC)가 이 방안을 지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마케도니아 지도자들은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연방군이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독립할 경우 그들이 당면하게 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마케도니아는 6개공화국중 가장 가난한 공화국으로 4명중 1명꼴로 실업이 만연하고 있으며 산업생산도 붕괴상태에 있다.
이보다 더욱 절박한 문제는 한때 이 지역을 지배했던 그리스·불가리아등 인접국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정부는 『마케도니아란 이름의 국가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한 반면,불가리아는 독립승인의사를 표명했다.
또 공화국내 20%에 이르는 알바니아인등 소수민족의 향방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독립움직임에 항의,이번 투표를 보이콧한바 있다.
이처럼 복잡한 내외사정 때문에 독립을 선언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유고연방은 동유럽민주화의 거센 물결하에 지난해 7월 공산당 1당지배를 폐지한이래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공화국을 중심으로 분리 움직임이 표면화돼 왔다.
현재 크로아티아 영내에서는 세르비아게릴라와 크로아티아방위군과의 전투가 끊이지 않아 이미 3백명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격화되고 있는 유고사태에 마케도니아 독립표명이 기름을 붓는 격이 될지,아니면 평화해결의 극적 돌파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마케도니아◁
유고연방 6개 공화국중 하나로 인구 2백10만명. 마케도니아인이 80%,알바니아인·세르비아인등 소수민족 20%. 종교는 마케도니아정교·이슬람교.
2천년전 알렉산더대왕에게 정복되기전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바 있으나 이후 터키·불가리아등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고 47년 유고연방에 편입 확정.<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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