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號 새 선장된 조순형] '미스터 쓴소리' 막힌 정국 뚫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은 60대 대표가 이끄는 안정적인 변화를 택했다.

40대의 패기를 앞세운 추미애 의원보다 의회주의를 중시하는 관록의 조순형(68)의원을 대표로 선출한 것이다. 두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분열과 배신의 정치인'으로 맹렬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趙대표는 그동안 당내외 현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趙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다짐한 '특검법안 재의결 추진방침'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 농성을 일찍 풀게 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그가 崔대표의 단식 문제를 수습할 경우 교착정국에 돌파구를 마련한 정치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趙대표는 원칙론자이면서도 과격하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 趙대표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사안별로는 한나라당은 물론 여권과도 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과정에서 趙대표와 민주당은 캐스팅 보트를 쥐어나가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내부를 들여다 보면 趙대표의 당선으로 구주류와 중도파가 공존하는 동거구도가 유지됐다. 한화갑.김상현.정균환 의원, 김중권 전 의원 등 중진연대가 趙대표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상임중앙위원 네 명 가운데 40대인 추미애.김영환 의원을 당선시켰다. 그래서 민주당은 '경륜과 패기의 조합'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확보했다.

물론 趙대표의 과제는 많다. 무엇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전통적 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지켜내며 물갈이.세대교체 요구까지 수렴할 책임이 趙대표에게 있다. 열린우리당과의 개혁 경쟁도 벌여야 한다. 오랜 비주류 경력의 趙대표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한화갑.정균환 의원 등 그를 대표로 민 기득권 중진 인사들이 당내 세력을 활용해 趙대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그의 리더십이 도전받을 수 있다.

趙대표와 추미애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적극 지지한 이른바 '친노 그룹'의 대표격 인사들이다. 이들에게 민주당 대의원들이 표를 몰아줬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박승희.박신홍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사진 설명 전문>
28일 민주당 임시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조순형 의원(中)과 상임중앙위원으로 선출된 김영환.장재식.추미애.김경재 의원(왼쪽부터)이 두 손을 들어 대의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