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66년 만에 한국학 석학이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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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문화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데 최대한 노력할 생각입니다."

아시아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인 동양학회(AAS.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회장에 한국학 연구자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로버트 버스웰(54.사진) 불교학연구소장이 14일(현지시간) 선출됐다. 한국학 학자가 학회장으로 뽑힌 것은 1941년 학회 창립 이후 최초다.

버스웰 교수는 "지금까지 동양학회장은 대부분 중국학이나 일본학 전공자들이 맡았었는데 한국학자로는 내가 처음"이라며 "한국이나 한국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외국에서의 한국학은 현대 역사와 문화에 집중됐다"면서 "연구 분야를 19세기 이전으로 확장하기 위해 한자나 한문 연구자들이 한국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양학회는 아시아 지역과 문화 등을 연구하는 북미와 유럽의 학자들이 설립했으며 현재 6630명의 학자들이 회원이다. 중국 등 내륙 아시아 연구자가 42%, 한국과 일본 연구자가 33%, 남아시아 11%, 동남아시아 13%, 기타 1% 등으로 구성돼 있다.

버스웰 교수는 91년 보조국사 지눌의 사상을 영문으로 소개했으며 2004년 두 권짜리 '불교학 사전'을 발간했고 오는 6월 원효대사의 '금강삼매경론' 영역본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1993부터 2001년까지 캘리포니아주립대 한국학연구소장을 역임하면서 이 연구소를 미국 내 최대 한국학 연구소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74년부터 5년 동안 간 전남 승주군 송광사에서 선승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구산 스님의 제자로 한국 불교와 문화에 정통하다. 버스웰 교수는 올 한 해 부회장 자격으로 학회 실무를 익히고, 내년부터 회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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