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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생일 이틀 + 설 사흘 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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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청소년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5회 생일(16일)을 맞아 백두산의 삼지연 근처를 행군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인공기를 앞세운 청소년들은 백두산에 세워진 김일성의 동상에 꽃다발을 바치고 충성의 맹세 모임도 했다. [삼지연 AP=연합뉴스]

북한은 16일부터 닷새간 연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5회 생일(16일)과 설(18일) 연휴가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일날과 이튿날에 이어 설 연휴가 당일부터 사흘이다.

북한에서 음력설은 '사회주의 양식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됐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양력설보다 음력설을 크게 치르라"는 김정일의 지시로 사흘 연휴가 됐다.

남한과 달리 황금연휴란 표현은 쓰이지 않는다. '대형 연휴기간'으로 불린다. 초점은 설 명절보다 김 위원장의 생일 행사에 맞춰져 있다. 이른바 '태양절'로 불리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과 함께 김정일 출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쇠도록 북한 당국이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북한이 5년, 10년 주기로 성대하게 행사를 치르는 '꺾어지는 해'(65회)의 생일이다. 29개로 파악된 행사가 치러졌고 노동신문과 중앙TV 등 관영매체를 총동원한 경축 분위기 고조 작업이 체계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게 통일부 분석이다.

전국의 학생.청소년들을 백두산까지 걸어서 행군시키는 '백두산 밀영답사'가 1일부터 6일까지 진행됐다. 김정일의 출생지로 북한이 선전하는 백두산 밀영(김일성이 항일투쟁의 근거지로 삼았다는 비밀병영)에 모여 충성을 맹세하는 연례행사다. 김정일을 상징하는 꽃인 '김정일화' 전시회도 개막돼 21일까지 열린다. 자연 훼손이란 지적에도 불구하고 묘향산 바위에는 '선군영장 김정일'이란 대형 찬양 글을 새겼다.

중앙TV는 평양시내 곳곳에 등장한 김정일 생일 축하 선전탑과 함께 각종 행사 소식을 전하고 있다. 평양의 주요 거리와 건물에 꼬마전구를 이용한 장식이 이뤄져 밤거리가 밝아지고 평양역 앞은 네온사인 장식이 불을 밝히고 있다는 게 방북자들의 전언이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5일 평양발 보도에서 "평양시민들은 대형 명절기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영 중앙통신은 14일"공장.기업소와 인민반에서는 직장과 가족 단위로 윷놀이.장기자랑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집 안팎을 깨끗이 거두는 등의 준비로 흥성거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지만 대북 지원 중단에 따른 식량난과 대북 금융제재의 여파 때문인지 주민들의 특별배급(설탕.식용유.돼지고기 등)을 위한 중국 등지로부터의 구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관계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생일 사흘 전 타결된 6자회담 핵 합의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고 있다. 다만 주민들이 보는 TV 보도에는 핵시설 '불능화(disablement)' 대신 '가동 중지'란 표현을 쓰고 중유 100만t 제공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핵 협상 결과를 북한에 유리하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핵 합의를 주민들에게 어떻게 선전할지 입장 정리를 마친 뒤 이를 토대로 김정일 찬양 활동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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