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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반도체와 실험실 동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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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3년 간 미국에서 암 투병해 온 여자친구가 수상 발표가 나기 이틀 전에 하늘나라로 떠났어요. 그녀가 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13회째인 삼성전자 휴먼테크 논문 대상에서 금상을 받은 김민영(25.홍익대 재료공학과 .사진) 씨의 말이다. 15일 서울 삼성생명 빌딩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그는 공동 저자인 임수겸.김성규.박경원씨와 함께 '주석을 이용한 3차원 칩 제조 공정' 논문으로 영예를 안았다. "2년 간 논문에 집중하느라 돌아간 여자친구를 한 번도 만나러 가지 못했다"는 그의 얼굴엔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충남 괴산 출신으로 충주고를 졸업하고 2001년 홍익대에 입학한 그는 군 복무 후 복학한 2004년부터 오태성 교수 연구실에서 일하며 논문에 매달렸다. 반도체 칩을 여러 겹으로 쌓을 때 배선을 연결하려고 기판에 뚫은 구멍을 막는 방법에 관한 연구였다. 김씨는 구리 대신 주석을 써서 구멍을 빠르고 쉽게 메우는 방법을 제시했다. 다양한 반도체를 넣어야하는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 제조에 일본 기술을 대체해 당장 써먹을 수 있다는 게 심사위원단의 평가다. 김씨 팀은 이번에 금상을 받은 11개팀 가운데 유일한 학부생이다. <13일자 E4면 참조>

한편 이날 시상식장에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윤 부회장은 "우리의 유일한 자원이자 희망은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는 바로 여기 있는 여러분의 몫"이라고 격려했다. 이 행사는 삼성전자가 주최하고 중앙일보와 과학기술부가 후원한다.

글=김창우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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