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수요 이는 「달러 사재기」/5일새 6원80전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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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은개입으로 조만간 「적정수준」 될듯
이달부터 환율 하루 변동폭 확대를 계기로 원화 환율이 최근 5일새 달러당 6원80전이나 오르는 투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통화가치와 물가를 방어해야 하는 한국은행은 최소한의 개입에 머물고 있다.
하루에 환율이 4원이나 뛴 3일 오후 한은은 약 6천만달러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매도가격이 이날 최고가수준(7백40원20전)이어서 환율안정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은이 환율을 물가보다는 국제수지차원에서 다루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상당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말 이후 C,S,B등 상당수의 외국은행들은 콜시장에서 연 20%가 넘는 높은 금리의 자금을 끌어들여 달러사재기에 몰두,벌써 큰 단기차익을 챙겼다.
또 종합상사를 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수출자체를 늦추거나 수출 환어음을 은행에 파는 네고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있으며 네고통화를 원화가 아닌 달러로 하는 경향이 부쩍 높아졌다.
반대로 수입은 앞당기며 수입자금을 미리 확보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내은행들은 빠듯한 자금사정에도 불구,보유달러 매각을 가능한한 늦춤으로써 환차익을 겨냥하기는 매일반이다.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의 환율상승(원화절하)은 예측가능한 일이지만 이달부터 취해진 환율변동폭 확대조치가 이같은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면서 투기수요를 부채질한 것이다.
3일 거래된 3억1천만달러중 약 3분의1은 이같은 가수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외환딜러들은 말한다.
전문가들의 계산에 의하면 달러값이 하루 40전이상 오르면 비싼 콜자금을 끌어서라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한다. 하루 40전 상승이 콜자금과 달러자금간의 금리차를 보전하는 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3일의 경우 달러환율은 하룻동안 이의 10배인 4원이나 뛰었다. 달러를 사놓으면 돈이 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러나 환율의 안정적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한은은 이같은 상황을 수수방관함으로써 투기수요유발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은관계자들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때에는 한은이 개입하곤 했으나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한 후 적어도 며칠간은 개입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어쨌든 최근의 달러값은 심리적 변수에 크게 영향받고 있는 만큼 조만간 「적정수준」으로 환원될 가능성이 높고,따라서 이 시점에서의 환투기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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