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0억불 대소 차관 공화국들과도 협의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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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톨로라야 소 대외경제연 고문 회견/상환은 공화국별로 분담 예상
소련이 앞으로 외국에서 들어오는 차관의 상환은 공화국들간에 체결될 경제협정에 의거,공화국 별로 부채를 분배해 갚게될 것이며 이의 대부분은 러시아공화국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게오르기 톨로라야 소련 내각 산하 대외경제관계 연구소 고문이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 한국이 소련에 제공키로 한 30억달러 차관은 소련을 위해서 되도록 빨리 집행되어야 하나 공화국들간에 이해다툼이 있을 것이므로 한국 정부가 소련 대외무역성을 위시해 각 공화국과도 반드시 협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련 과학아카데미산하 국제경제 및 정치연구원(IMEPI)에서 한국과 북한 문제를 전담하다 90년 창설된 한소 경제협력위원회의 사무국장에 취임한 톨로라야 박사는 현재 소련 내각산하 대외경제문제연구소의 고문직도 겸직하면서 한국과 연관된 경제협력문제를 자문하고 있다.
­최근 소련에서 발생하고 있는 연방재편의 논의과정과 내각의 인선작업 등은 무척 혼란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한소간의 경제협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한국과 소련의 관계는 더욱 더 발전할 것으로 본다. 특히 쿠데타 이후 소련의 대외경제 관련 담당 인물들이 대폭적으로 교체된 점이 한국에 크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지금까지 소련은 서유럽·일본 등과 수십년의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한국과는 이제 겨우 2년의 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대외경제협력 업무에 관계했던 인물들은 한국 보다는 독일이나 일본과의 협력에 익숙한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의 쿠데타로 이러한 업무에 종사하던 인물들까지 바뀌었다는 것은 한국에는 그만큼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한국내에서는 소련의 정황이 복잡해지면서 30억달러의 차관을 집행하는 것은 좋으나 이 돈을 과연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앞으로 연방의 구성 공화국들이 독립을 하게되면 소련의 대외부채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소련이 들여 올 차관이나 이미 들여온 차관의 상환은 누가 하게 되는가.
▲물론 현재 소련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그와 같은 걱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무척 중요한 문제로 현재 많이 논의가 되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정치와는 상관없이 각 공화국들간에 상호간의 경제협정을 체결해 연방의 부채를 분배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이러한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데에 대다수의 공화국들이 동의하고 있어 이러한 쪽으로 해결이 될 것으로 본다. 또 현재 소연방이 지고 있는 부채의 대부분은 러시아공화국이 승계할 것이 확실하다.
­현재 일부 집행된 한국의 차관 문제는 어떻게 되리라고 보는가.
▲한국의 차관,특히 프로젝트 차관(공장건설등 사업별로 양국합의에 의해 제공되는 차관) 문제는 자동적으로 조정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화국들간에 서로 자신들의 공화국에 한국의 차관을 끌어들이려 다투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수준은 한국 정부가 제시한 금액을 연방정부가 제시한 목록을 통해 상호 협의해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또 이렇게 결정된 사업을 연방정부는 물론이고 해당 공화국정부의 승인을 얻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쿠데타로 모두 진행되지 못한 상태다. 현재 내가 알기로는 러시아공화국에서 한국의 프로젝트 차관을 위한 보다 더 자세한 목록을 준비중이다.
­그러면 앞으로 한국 정부는 프로젝트 차관을 위시해 소련에 제공할 각종 경협자금을 연방정부와는 물론이고 공화국정부와도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소련의 대외무역성은 물론이고 각 공화국과도 반드시 협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러시아공화국과는 반드시 협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이 제공할 차관의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부는 우크라이나공화국과 카자흐공화국에도 투자되도록 되어 있으나 대부분 러시아공화국의 영역에 투자되는 것으로 되어 있어 특히 러시아공화국과의 협의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상품차관의 경우에도 해당자금의 수요 공화국이 어디인지를 미리 파악해 이들과 협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북한과 소련간의 경제협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는 대로 설명해달라.
▲북한과 소련간의 경제협력은 현재 굉장히 침체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련으로부터 원료 등이 과거처럼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북한의 경제가 어렵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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