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화 이어지며 선상엔 울음바다/KAL기 희생자 추모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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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소 육군군악대 「고향의 봄」연주/“넋이라도 함께 돌아가자”통곡
사고후 8년만에 처음으로 1일 사고현장에서 거행된 KAL기 추모제는 북위 1백41도21분 동경 46도32분 추락지점에서 유족들의 눈물바다를 이룬채 1시간20분가량 진행됐다.
소련측이 제공한 대형여객선 유리트리노프호(4천5백t급)선상에서 거행된 이날 추모제는 비통한 분위기속에 엄수됐으며 일부 유족들은 오열을 참지 못하고 시종 목놓아 통곡했다.
○…이날 낮 12시20분쯤(한국시간 오전 10시20분)소련군악대의 한소 양국 국가연주로 시작된 추모제는 고인들에 대한 묵념,추도사에 이어 분향 및 선상 헌화순으로 진행됐다.
소련 육군군악대의 『고향의 봄』과 양국의 전통 조곡연주에 이어 한소양국 정부대표의 추도사와 홍현모 유족회장의 추도사로 이어졌다.
사고비행기의 교체기장 고 김희철씨의 딸 김수지양(22)이 고별사를 통해 『아버지,허전할때마다 그리워지는 아버지,그해 중학2학년이던 철부지는 이제 대학 4학년의 어엿한 숙녀가 되었습니다』며 울먹일때는 울음바다가 됐다. 홍유족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이 바다속에서 채 눈감지 못하고 있을 어린 자식들의 눈이라도 감겨주고,동강난 육신이라도 찾아주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고 말하고 『생전에 사랑하던 고향산천과 정든 가정으로 이제 넋이라도 우리와 함께 돌아가자』며 흐느꼈다.
표도로프 사할린주지사도 『우리는 슬픔을 함께 나누고 용서를 빌기위해 이곳에 왔다』며 『가신 님들에 대한 추억이 영원히 간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 정부를 대표한 공로명 대사는 『냉전대결 상황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진상이 소련의 급속한 변화에 발맞춰 규명되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표도로프 주지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어떤 새로운 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
○…공대사와 소련측 대표들이 분향을 마치자 유족들은 소련군악대가 전통 러시아 조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선상 2층으로 내려와 차례로 헌화.
헌화는 권정달 전의원을 비롯한 유족들이 국화·백장미·백합 등을 들고 갑판으로 내려와 대형화환 2개를 바다에 띄우고 꽃송이를 던지면서 고인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통곡하자 이를 지켜보던 소련 관계자 및 선원들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정재문(민자)·이수인(신민)·박찬종(민주)의원등 국회 대한항공기피격사건진상규명 청원심사소위 위원들은 추모제가 시작되기전 선상에서 소련연방정부의 키레예프 외무부 본부대사와 표도로프 사할린주지사등과 면담을 갖고 사건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회서한을 전달했다.
정의원 등은 이 서한에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위한 한국 국회조사단이 소련극동지역등 용의점이 있는 지역을 방문하고 007기를 격추시킨 조종사등 관계인물들을 면담할 수 있도록 소 연방정부가 주선해줄 것』을 촉구.
키레예프대사는 이 자리에서 국회서한을 판킨외무장관에게 전달할 것을 약속했고 표도로프지사는 『연방정부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할린지역의 조사활동에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유즈노사할린스크=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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