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우다지 다시 태어났다/1면의 레닌 초상·마르크스 구호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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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직원들이 소유주… 개혁파로 편집진 구성
소련 쿠데타 실패직후 정간됐던 소련의 대표적 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가 지난달 31일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발행되기 시작했다.
재발행된 프라우다 첫 페이지에는 과거 항상 게재해온 「러시아 공산혁명의 아버지」 레닌의 초상이 사라졌으며 마르크스가 외쳤던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도 사라졌다.
프라우다가 공산주의역사와 관련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는 레닌이 1912년 신문을 창간했다는 한줄의 문장만 남게 됐다.
프라우다의 총편집인은 공산당 정치국원 이반 프롤로프에서 개혁파인 겐나디 셀레즐레프로 바뀌었으며 논설위원도 전원 교체됐다.
소유주도 지난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당서기장직을 사임하면서 해체를 권고한 당중앙위원회에서 프라우다직원들로 바뀌었다.
보수파 쿠데타발생 하루뒤인 지난달 20일 프라우다는 1면을 8인국가비상사태위원회가 발표한 포고령 기사로 가득 채웠었다.
지난달 31일 첫페이지에 실린 기사는 이 일을 『쿠데타에 반대하는 여론을 용기있게 보도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노선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 기사는 또 과거 70여년간을 계속해온 공산당 1당지배의 수호자 역할에 대해 『오랫동안 우리는 당의 한 조직체로서 사람들에게 삶의 방법을 설교해왔다』고 말함으로써 앞으로는 특정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강요」는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신문은 서방의 유력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실렸던 고르바초프의 당서기장직 사임을 풍자하는 만화도 실었다.
한편 이날 신문에서 프라우다는 쿠데타에 가담하지 않은 일반 공산당원들이 『신념때문에 박해 받고 있다』고 주장,일반 당원들은 보호할 것임을 천명했다.
러시아어로 「진리」를 뜻하는 「프라우다」가 대혼란에 빠져있는 소련사회에 빛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인가.<모스크바 로이터·연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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