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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임영(영화평론가)|박종호 시나리오작가로 은막입문|『아름다운‥‥』성공후 집필하며 감독수업|첫 연출작『비오는‥‥』20만들며 각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박종호(1928년생)는 당초 시나리오 『아름다문 악녀』(57년·이강천감독)로 영화계에 첫 발을 들여놓는다. 『아름다운 악녀』는 스카라 전신인 수도극장에서 개봉됐었다. 재래적이 아닌 이른바 아프레게르라고나 해야할 현대적인 용모의 최지희데뷔와 함께 얘기의 내용이 어딘가 허무적이면서도 매끄러워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다.
화가와 비행소녀의 이상한 사랑을 주제로 전후명동거리의 황폐한 청춘상 같은 것이 은은히 나타나 있었다.
최지희는 이 역을 맡고 자신의 소녀기와 비슷하다고 눈물을 글썽거렸었다. 그녀는 요즘 한남체인을 운영하다 잠실에 지회레저타운을 만들어 경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배우로서는 실업계에 두각을 나타낸 최초의 입지전적 인물(?)로 손꼽을 수 있을까.
박종호는 처음으로 발표한 시나리오의 호평으로 그 여세를 몰아 약20편의 시나리오를 계속 집필한다. 그러는동안 홍성기감독의 조감독으로 약2년간 연출수업을 한다.
감독으로서의 데뷔작은 『비오는 날의 오후3시』(59년) 였다. 집필할때면 사보이호텔에 투숙하는등 주로 명동일대에서 맴돌던 그는 어느날 나일구다방에서 모 여배우를 만났다.
헤어지면서 『언제 또 만나지?』했더니 그여배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음 비오는 날…』했다. 『몇시에?』했더니 『오후 3시…』했다.
비오는 날의 오후 3시…? 그는 그말에 뭔가 될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즉시 명동호텔에 투숙, 집필했다.
약속한 오후3시에 왜 안오느냐로부터 시작된 이 얘기는 애인 최무룡을 전선으로 보낸 여대생 김지미가 그의 소식이 두절되자 죽은줄 알고 미국인 2세 종군기자 이민을 사랑하게 되어 삼각관계가 생긴다는 감상적 멜러드라마였다. 이당시 드라마의 발상법·소재·등장인물이 어떤 것이었나를 보여주는 하나의 전형이랄수 있을까.
이 영화는 김묵·백호빈등 감독을 배출한 계림영화사 제작으로 국제극장에서 20만명이 들었다. 신인의 데뷔작이 20만명 들었다면 우선 당장 그감독의 전도는 양양해진다. 그의 제2작은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당선작 김문엽의 『부두의 어린 별들』을 개명한『지상의 비극』.(60년)이었다·
여기서는 부두 노동자인 아버지 김진규, 가출해 텍사스지대에서 일하는 어머니 김지미 사이의 외톨박이 아들 안성기가 아역으로 데뷔한다.
이영화는 부일영화상 작품상을 받아 박종호의 감독으로서의 자리는 더욱 굳어진다. 원작자 김문엽은 그후 방송드라마쪽에서 활약한다.
어느덧 한해에 3,4편씩 연출해 잘 팔리는 감독들중의 한명이 된 박종호는 김지헌각본 『학사주점』(64년)이 아카데미극장에서 10만명이 드는 호조를 보인데까지는 좋았으나 느탓없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사연인즉 통일혁명당사건 주모자의 한사람이 명동에서 학사주점을 경영한 사실이 었어서 혹시 그와 연관이 있었나하는 것을 조사하기 위한것이 었다.
그당시 학사주점이라면 묘한 젊은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얼마후 학사주점은 흔해졌고 젊은이들이 주점을 경영하는 일시적인 풍조의 도화선이 된다.
『벽속의 여자』(69년)는 국제극장에서 상영중 외설혐의로 검찰의 소환을 받았었다. 남녀주인공이었던 남궁원·문희가 증인으로 소환되었고 황영빈·이영일등 평론가가 변호인측 증인으로 나갔었다.
결국 불기소로 끝났지만 박종호로서는 그의 반생중의 큰사건이었다. 신상옥의 『내시』(68년)도 외설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적이 있다.
박종호는 『명월관 아씨』(67년)에서는 김창숙, 『사랑하고 있어요』(69년)에서는 윤미라, 어느 소녀의 고백』(70년)에서는 오수미,『그대의 찬손』(74년)에서는 유지인을 데뷔시켰다고 주장한다.
영화진흥공사 간행『감독연보』에 따르면 4O여편을 연출하고 있는데 한국영화의 황금기에 활약한 한사람이 된다.
그의 장녀는 줄리어드음대성악과를 나와 작년에 출가했고 장남은 뉴욕대 영화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현재 영화사코리아아트의 대표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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