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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영토분쟁땐 개혁후퇴/연방 붕괴될 경우를 내다보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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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스탈린 인위적 국경책정… 갈등 불가피/내전 비화되면 보수세력 득세 가능성
소 연방이 해체될 경우 공화국들간의 복잡한 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발트3국등 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공화국들이 독립을 하게 되면 이들간의 역사적인 영토적 갈등 때문에 개혁은 뒤로 밀린채 해체된 소련은 공화국들간 치열한 영토전쟁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때문에 각 공화국들이 독립을 선언하고 있으나 이는 발트해국가들을 제외하면 중앙정부와 공화국협정을 유리하게 체결하기 위한 수단이란 분석도 있어 정말 연방이 유지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연방이 해체될 경우 공화국간 영토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이유는 현재 공화국간의 국경이 멋대로 확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갈등은 그동안 연방정부가 조정해 왔으나 이 연방이 해체되면 조정역을 할 중심은 없어져 공화국들은 독립을 하자마자 영토분쟁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련 지도자들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최근 공화국들이 연방에서 탈퇴할 경우 러시아는 이웃국가들의 국경에 도전할 권리를 유보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연방이 해체될 경우 영토분쟁에 재빨리 휘말릴 가능성이 큰 공화국은 광활한 영토를 갖고 15개 공화국 가운데 8개 공화국과 접경하고 있는 옐친의 러시아다.
러시아는 카자흐와 우크라이나공과 역사적인 영토분쟁을 해왔고 이들 두 공화국 주민이 대부분 러시아인이어서 연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분쟁은 해묵은 역사를 갖고 있고 그밖의 공화국들도 스탈린의 인위적 영토구획에 불만을 가져왔다.
스탈린은 집권후 공화국들의 통치를 쉽게하기 위해 한 공화국의 일부 영토를 다른 공화국에,또 이 공화국의 영토를 또 다른 공화국에 편입시키는 교묘한 영토정책을 썼으며 그때의 영토분할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공화국간이건 한곳에서 영토분쟁이 일어나게 되면 이는 여러공화국들이 관련된 복잡한 영토싸움의 양상을 띠게되고 여기에 다양한 인종간의 갈등도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제할 중앙정부가 없는 마당에 이같은 영토싸움은 공화국들간의 소모전이 되며 개혁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어진다.
일부 공화국들의 독립주장이 과거 역사와 민족주의에 기인하고 최근 영토문제와 공화국간 경쟁관계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이와 관련해 주목할만 하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에서 중앙정부가 상대쪽편을 들어왔다고 불만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카자흐공은 역사적으로 맏형역할을 고집해온 러시아가 이번 사태로 연방안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러시아 쇼비니즘이 부활될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된 공화국들이 개혁을 뒤로한채 영토분쟁에 휩쓸리게 되면 소 연방정부를 사실상 대체할 러시아에서는 구체제 세력들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이는 현공화국간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발트3국을 제외하면 다른 공화국들은 독립을 선언했지만 이는 실제 독립보다는 연방정부와의 공화국협정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막바지협상에서 느슨한 연방제에 합의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내전 위험뿐 아니라 12개 공화국들이 원자재·공산품·식량 등을 상호 의존하며 그 배분을 중앙정부가 맡고 있는 점도 공화국들의 이탈을 약화시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독립할 경우 각 공화국이 각기 독립경제를 구축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이 따르게 된다는 지적이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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